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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지난 16일 뉴욕주 출신 척 슈머 상원의원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많은 외환보유고를 축적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통화가치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해온 그린스펀 의장은 통화량의 개념을 도입해 중국 위안화 절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고정통화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달러 약세에 힘입어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는 바람에 총통화가 증가하고, 따라서 중국 경제의 코스트가 높아지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보유외환은 6월말 현재 3,465억 달러
로 올 상반기중 601억 달러가 증가했다.
중국은 고정통화제를 유지하기 위해 1달러당 1위안의 통화를 국내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총통화가 증가하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높아지고, 결국은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는 그린스펀의 견해다.
미국이 3년째 경기 부진을 겪으면서 금리와 재정 정책으로도 모자라 외환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 약세 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부문의 투자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 공동통화인 유로는 달러에 대해 강세로 전환되는데, 아시아 통화가 미국이 원하는 속도보다 늦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는 현지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켰고, 한국과 일본 등은 막대한 외환을 쌓아두고 자국 통화 상승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은 생각한 것이다.
최근 미국 기업과 워싱턴의 정치인들 사이에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외환 정책을 공격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온다. 유로는 시장 흐름에 따르는데 아시아 국가들이 저수지처럼 가둬둔 외환을 적절이 풀고 조임으로써 통화 절상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 청문회에선 “아시아 국가의 보유 외환이 미국의 이익을 깎아 먹고 있다”는 비난마저 나왔다.
지난 22일 존 스노 미 재무부 장관은 경제전문 케이블 채널인 CNBC에 출연, “각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환율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페그제, 시장 개입, 커런시 보드 등 어떠한 형태의 시장 조작에 반대하며, 통화는 내재적 시장 가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15일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328억 달러이며, 일본은 5,456억 달러를 보유하고, 중국은 본토 3,465억 달러, 대만 1,767억 달러, 홍콩 1,144억 달러 등 6,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등의 보유외환은 1,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외국돈을 쌓아두고 통화가치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올들어 중국에 대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말을 듣지 않자, 일정 폭의 환율변동(밴드)을 인정하는 선으로 후퇴하고, 대신에 보유 외환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통화 절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97~98년 한국을 비롯, 아시아, 남아메리카, 동유럽의 이른바 이머징 마켓이 줄줄이 국가 파산을 하던 시절에 외환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절대선이었다. 한국도 외환 위기를 겪은 후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당시 한국은행의 보유 외환이 50억 달러 이하로 바닥 나고, 이를 알아채린 국제 외환투기자들은 한국 원화를 1달러당 2,000원까지 하락시켰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월가 전문가들은 통화 안정을 위해 보유 외환을 많이 비축할 것을 권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미국은 외환보유액이 시장 장벽이 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남의 일처럼 보아서는 안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 원화가 상대적으로 절하되므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미국이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절상 압력을 높일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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