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한 방송사 기획 특집 프로그램 내용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인터넷 화상 채팅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이 초등학생이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화상 채팅은 비밀방에 들어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원을 안 밝히고도 얼마든지 화면에 나와 온갖 말을 다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채팅이다.
인터넷의 폐해를 주제로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인터넷이 좋은 점도 많지만 청소년, 특히 초등학생들의 게임 중독, 음란물 중독, 사이버 범죄에 관한 부작용이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상당수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식욕부진에다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로 인터넷 앞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종일 화장실만 오갈 뿐, 안 먹고, 안 쉬고 인터넷에만 빠져 있다는 것.
이렇게 하다보면 나중에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금단증세가 와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끊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특집방송에 나온 한 초등학생은 “인터넷에서 너무 이상한 장면을 보고 나서는 너무 추하고 역겨워 훗날 커서 결혼도 하기 싫더라”고 털어놓았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에 많이 빠지는 이유는 고학년들보다 여유가 많은 데다 부모의 관심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 방송은 또 장난으로 하는 어린이들의 거짓말이나 욕, 허위사실 유포가 엄청난 사이버 범죄로 돌변될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인터넷은 이처럼 자기가 원치 않아도 온갖 것이 다 난무하고 유혹에도 빠져들기 쉬운 세상이다. 한 한인 주부는 요즈음 이메일을 열면 자주 등장하는 이상한 메일로 인해 불쾌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선정성이 큰 저질 이메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이 주부는 혹시나 아이들이 볼세라 두려워 부랴부랴 전체를 다 삭제해 버린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은 거리,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통신수단이다. 지금과 같이 급속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컴퓨터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가 현대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컴퓨터가 대중의 생활 한가운데 파고들면서 각종 퇴폐적인 오락물과 선정성, 사행성, 폭력성이 짙은 메일도 공공연히 등장,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갖 폐해와 유혹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관계 당국의 특별한 대책이나 제약 없이, 그리고 사용자의 컴퓨터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인터넷 음란물의 홍수 속에서 엄청난 문화적인 충돌을 겪고 있다. 특히 인터넷 세대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경우는 더 하다.
요즈음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 중에는 부모가 바쁘거나 인터넷에 제대로 몰라 통제를 하지 못한 경우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인터넷 게임의 이름으로 생겨나는 살인, 폭력사태 등은 청소년들을 탈선시키면서 심지어 법정에까지 서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 선상에는 돈을 벌기 위한 광고나 선전물을 담은 홈페이지가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사용자들은 이를 여과 없이 얼마든지 접수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잘못 들어서면 엉뚱한 선전물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공격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노린다. 인터넷은 상대방을 보지 않고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무차별 공격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기록에 남는다. 추적하게 되면 얼마든지 그 경로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자칫 공격자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아 필요치도 않은 것을 생각 없이 쓰다가 혼쭐나거나 어쩌다 한번 재미로 한 것에 빠져들어 중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흥미위주로 뭐 모르고 시작했던 채팅의 결과가 급기야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결과 등이 좋은 예다. 인터넷은 한마디로 잘 쓰면 보약이요, 잘 못쓰면 독약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