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는 엷게 웃었다. 하고 싶은 말도 가냘프지만 분명하게 전했다. 그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건강 상태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김)명수는 난치성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서 뉴욕에 와 지난 5월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보름전부터 상태가 악화, 코넬대학병원에 다시 입원, 힘겹게 병과 싸우고 있다.
명수는 평소 뉴욕 메츠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재응을 만나보는 게 소원이었다. 12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8월1일 명수는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었다.명수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본보 7월30일자 A3면 기사를 본 서재응 선수가 이날 코넬대학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병실로 들어선 서재응 선수는 명수의 손을 꼭 잡았다. 여윌대로 여윈 손과 머리카락 하나 없는 머리만 쓰다듬자 명수의 어머니 정금선씨가 "재응이 형이 왔다"고 알려주었다. 잠든 듯 있던 명수가 순간 가늘게 눈을 떴다.
산소호흡기를 떼주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했다. "생일 축하한다. 명수야! 어서 빨리 회복해서 형이 등판할 때 경기장에 와서 응원해야지"하고 격려했다. 명수는 엉뚱한 질문도 했다. "왜 하필 메츠에 갔어요?"
"나도 잘 몰라, 메츠에서 형을 필요로 해서 갔지" 둘은 농담도 주고 받았다.
서재응은 야구공, 자신의 등번호(40)가 찍힌 티셔츠 그리고 명수의 소식을 전해들은 팀 동료들이 싸인한 배트를 선물했다. 서재응을 만난데다 뜻하지 않은 귀한 선물까지 받자 명수는 오랜 괴로움도 잠시 잊는 듯 했다.
공교롭게도 명수의 생일인 2일 서재응 선수는 뉴욕 쉐이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등판, 시즌 6승을 노린다. 서재응 선수는 "꼭 승리해 기쁘게 해줄 테니 명수도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형을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수의 어머니 정금선씨는 "의식이 별로 없어 서재응 선수가 와도 못 알아보면 어쩌나 했는데, 알아보고 오랜만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고 서재응 선수가 고맙다"며 감사 카드를 전했다.
서재응 선수는 명수가 건강을 되찾으면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뒤 명수 부모, 형 달수에게도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고 힘내라"고 위로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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