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한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과도하게 틀어 놓으면 시원하다 못해 추울 때가 있다. 왠지 몸이 으슬으슬 춥고 피로하다면 ‘냉방병’을 의심해야 한다. 여름철 건강에 적신호인 냉방병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대처요령을 알아본다.
●냉방병이란?
여름철 냉방장치가 잘 되어 있는 곳에 오래 있을 경우 몸이 나른하고 머리가 아프며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능률이 떨어지는 등 여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흔히 이를 두고 ‘냉방병’이라 한다. 즉, 냉방을 하고 있는 사무실이나 일반가정의 실내온도차가 섭씨 5-8℃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우리 몸의 체온조절에 이상이 생겨 몸의 안정이 깨지고 이것
이 여러 가지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을 ‘냉방병’ 또는 ‘냉방증후군’이라 한다.
●원인
냉방병은 환기 부족으로 건물 내에 레지오넬라균 등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유해물질이 축적돼 증상을 일으킨다. 에어컨 등을 냉방시킨 실내에서 외부와의 심한 기온 차와 습도 차에 의해 두통이나 스트레스가 나타난다.
우리 몸은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과정을 통해 한여름에는 속이 차가워지고 한겨울에는 따뜻해진다. 그러나 에어컨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안
그래도 차가운 몸에 체온은 더욱 내려가고 신진대사는 떨어진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신체조절 이상으로 인한 냉방병이 더 많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 저항력이 약한 것이 그 원인. 또한 심폐기능이 약할 때, 관절염, 노인이나 허약한 체질의 사람 등도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주요 증상
냉방병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감기-냉방시설에 서식하고 있는 레지오넬라균으로 인해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 자주 온다. 몸에 한기를 느끼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프다. 심한 경우 고열, 설사, 가슴 통증, 폐렴 등을 동반한다.
*부종-찬바람에 오래 노출돼 몸이 차가워지면서 혈액순환이 정체돼 몸에서 불필요한 물질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손, 발, 얼굴 등이 붓게 된다. 신장기능까지 함께 저하돼 수분을 몸밖으로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면 전신이 붓기도 한다. 몸 속에 쌓인 수분이나 노폐물이 지방을 빨아들여 몸에 축적시키기 때문에 살이 찌기도 한다.
*복통·설사-몸이 차가워지면서 대장의 연동운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복통이나 설사가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는 배는 물론 허리나 다리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따듯한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사는 탈수증상을 보이기 쉬우므로 수분 보충은 필수. 따뜻한 물이나 보리차에 설탕을 넣어 보충하면 좋다.
*만성피로-찬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두통과 현기증 그리고 나른함을 느끼는 만성피로 증상을 보인다. 온도차가 심한 실내외를 오가면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기능이 흐트러져 혈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리·어깨 결림-몸이 차가워지면 체내의 혈액 순환이 정체되기 때문에 허리나 어깨가 뻐근하고 결린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춥다고 몸을 웅크리거나 같은 자세로 오래 일할 경우 더 심하다. 허리나 어깨 결림을 예방하려면 소매가 긴 옷을 준비해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일할 때는 1-2시간에 한번 정도 몸을 쭉 펴는 등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리통-냉방 시설에서 오래 생활할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산후풍-출산 전후 지나치게 냉기에 노출되면 뼈마디가 쑤시거나 근육이 아픈 산후풍에 걸리기 쉽다. 때문에 해산 직후 에어컨과 선풍기를 조심해야 한다.
●예방과 치료
냉방병의 경우 치료하지 않아도 대개는 자연 치유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기온이 화씨 77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화씨 41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내의 공기 오염과 건조를 막기 위해 가끔 환기가 필요하며 에어컨 필터도 2주에 한번 정도 청소를 해주는 것이 좋고 냉방중인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에어컨의 찬바람이 신체에 닿지 않도록 하고
가벼운 긴소매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추위에 민감하므로 체온 조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땀에 젖은 옷은 항상 갈아입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냉방이 잘되는 사무실에서는 근무시간 중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 여름철 에어컨 관리
냉방 시간을 되도록 줄이고 찬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1시간에 한번, 적어도 3-4시간에 한번 정도는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도 창문을 열거나 외부 공기 유입레버를 수시로 열어 환기해 준다. 또 에어컨 필터를 1-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청소해 냉방시설에서 자라는 레지오넬라균의 서식을 막아주
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창흠 기자>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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