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는 있으되 마침표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따라서 인생의 끝이 보이면 마침표를 찍어 버리기에 앞서 쉼표를 찍어서 극복해야 한다. 마침표는 인생의 끝이지만, 쉼표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출발점이고,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희망이 남아 있지만 마침표를 찍어버리면 희망은 달아나 버리고 만다’ 송천호의 <인생에는 마침표가 없다> 중에서.
우리 나라 속담에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쓰랴”는 말이 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귀에 실을 꿰어야 바느질을 할 수 있지 바늘 허리에다가 실을 매어 가지고는 바느질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빠름’이 미덕인 요즘, 낯선 이국 땅에서 앞만 보며 숨가쁘게 달려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때 급할 때일수록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임을 알려주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한 방에 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는 파스칼의 말을 이용하며 ‘느리게 사는 삶’을 제시한다. 여기서의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인생을 바로 보자는 의지를 뜻함이다.
이 책에서 쌍소는 느리게 사는 지혜를 갖기 위해 몇 가지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우선, ‘한가로이 거닐 것’을 권하고 있다. 아무 생각도 목적도 없이 걷고 있으면 어느덧 ‘나’라는 존재에 깊숙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은밀한 행복감마저 느끼게되기 때문이란다.
또한 대개 모든 이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들을 것’을 제시한다. 급하게 대답하는 것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그만큼 삶은 성숙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것이 삶 속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면 미래는 곧 눈앞에 활짝 펼쳐질 것이니 ‘기다릴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느리게 사는 지혜를 갖기 위한 삶의 태도로 지나간 흔적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평안과 삶의 애착을 느끼게 되는 만큼 ‘마음의 고향을 간직할 것’과 마음속 진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조금씩 마음의 소리를 글로 써보는 ‘글을 쓸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쌍소의 천천히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는 하루하루를 쉼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만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한인들 대부분은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 일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업하는 한인업소와 일주일 내내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는 한인종업원들도 여전히 많이 있다.성실하고 근면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휴식 없는 조급함의 삶은 인생의 마침표를 빨리 찍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밤낮 없이 열심히 일만하다 살만하니까 남들보다 훨씬 먼저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휴식 없이 건강도 챙기지 않고 일 중독에 빠져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한인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흔히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된다. 마라톤의 우승은 속도조절이 관건이다.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까지는 앞서 달릴 수 있지만 쉽게 지쳐 곧 뒤지게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평생 가야할 인생의 길을 너무 조급하게만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인들 가운데는 ‘일하는 것만 가치 있고 휴식은 게으른 자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진 이들이 있다. 일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이들도 있고, 잠을 적게 자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일하는 낮이 있으면 휴식을 위한 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왜 잊고 사는 것일까.
혹자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쉼표를 모두 없애도 여전히 훌륭한 음악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쉼표는 연주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음표가 음악을 만들어 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듯이 쉼표 역시 하나 하나가 음악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들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문장에 쉼표가 없으면 호흡이 가쁘듯 삶에도 휴식이란 쉼표가 필요하다.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우리들은 바쁘고 힘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잠시 쉼표를 찍고 삶의 여유와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신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더욱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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