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주년을 앞두고 발생한 14일의 대규모 정전은 뉴욕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자라 보고 놀란 마음 솥뚜겅 보고도 놀라는 격’이었다. 무려 5,000만명에게 불편을 준 초대형 정전사태와 관련, 뉴욕을 중심으로 현지 표정을 살펴보았다.
◎…정전 직후 뉴욕의 거리는 2년전 9·11 사태 당시의 재판이었다. 신호등이 꺼지고 교통이 마비되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뉴요커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브루쿨린 다리를 도보로 건너 귀가길에 올랐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있었던 제시카 파노테스는 86층 계단을 걸어 내려와야 했다.
9·11 당시와 마찬가지로 루머와 바가지 상혼도 난무했다. “동부 전역이 완전 정전상태” “LA도 불이 나갔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았고 브로드웨이 남쪽에서 식수 가격을 1병당 1달러에서 2달러로 인상해 팔던 한 상인은 경찰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14일 발생한 정전사태로 뉴욕중심부와 뉴저지주 북부에 거주하는 약 150만명의 주민들은 90도를 웃도는 무더위속에서 에어컨 없이 암흑속에서 밤을 지내느라 곤욕을 치렀다.
실내의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무조건 뛰쳐 나온 주민들은 퇴근 후에도 지하철과 버스운행 중단, 또 거리 신호등 미작동등으로 집으로 갈 방법을 찾지 못해서 밤늦도록 길거리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시 교통부 관계자들은 신호등 동작이 멈춘 거리를 운전하지 말고 되도록 도보나 통근용 페리호를 이용할 것으로 권유했으며 허드슨강을 왕복하는 페리호에는 평소의 3배나 많은 탑승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정전사태로 앨바니에 소재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등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와 작동을 멈춘 지하철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갇혀 숨막히는 공포의 순간을 겪어야 했다. 전동차에 갇혔다 풀려난 한 승객은 불이 나간데다 셀룰러 폰마저 작동되지 않아 외부의 상황을 전혀 알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포감이 더욱 컸다며 많은 사람들이 “제 2의 테러가 발생한게 아니냐”며 불안해 했으며 흐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9.11테러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고 겪은 뉴욕시 주민들은 이날 예고 없는 정전으로 실내가 갑자기 암흑으로 변하자 또다시 테러를 당한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으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정신없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테러로 붕괴된 세계 무역센터가 있던 맨해턴 지역에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번 사태가 당시와 거의 비슷했다고 말하고 악몽에 떠는 모습이었다.
‘정전 원인’놓고 해석 엇갈려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당국은 이날 정전의 원인이 테러리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 3분만에 21개 발전소가 셧다운된 원인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설명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블롬버그 시장은 나이애가라 모호크 발전소에서 기계고장으로 이날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했으나 발전소측은 이번 정전의 책임이 자사에 있다는 언론의 추측을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한편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의 대변인은 캐나다에서 발생한 송전 문제가 정전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은 캐나다 총리실 대변인의 말을 인용, 뉴욕주 나이애가라에 소재한 콘솔리데이티드 발전소가 번개에 맞아 이날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정전이 지난 11일부터 확산된 컴퓨터 해킹 프로그램으로 초래됐을 가능성이 처음에 제기됐으나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은 이날 정전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는 “이날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다”며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사태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원인 파악은 현재 종속적이라고 말했다.
한인거주 지역 수도까지 끊겨완전히 9.11의 재판이었다.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맨하탄의 거리와 다리는 차를 버려둔 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맨하탄의 뉴요커들은 차를 버려두고 전철로 왔으나 전철이 전면 가동을 멈춘데다 신호등 마저 모두 꺼지자 맨하탄 탈출은 발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뉴저지, 퀸스등의 집으로 돌아가던 한인들은 잡화가게에서 운동화를 사 신었고, 병물은 동이 났다. 일부 한인들은 히치 하이킹을 할 수 있었으나 집에 가는 데만 3~4시간이 걸렸다는 한인도 있었다.
뉴욕시간으로 오후 4시에 정전이 되자 맨하탄의 한인 보석가게들은 일제히 셔터를 내리고 약탈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게에서 밤을 세웠다.
플러싱의 일부 아파트들도 물이 모터를 통해 공급되는 곳은 물 마저 나오지 않아 이곳 한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지사-김노열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