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갔다왔다. 화제가 되고 있는 ‘바람난 가족’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에서는 시어머니와 남편, 아내가 모두 바람이 난다.
온 가족이 바람이 났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상황 설정이었지만 그 속에 포함된 의미는 무거운 편이었다. 즉, 한국의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있으니까 큰일이라는 식의 호들갑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관습의 틀에 묶여있었고, 그 틀이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이번 한국 방문길에 또하나 느낀 것은 유연해진 대북한 관념과 치열해진 이념 논쟁이다.8.15 광복절에 ‘반미·반전’시위와 ‘반핵·반김’시위가 동시에 열리고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응원단에 대한 국민적인 강한 호기심 등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 또는 한인에게 북한 문제는 이율배반적인 편이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강력한 증오심을 보이면서도 경제협력이나 민간 교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식이다. 이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나타나기도 한다.
단순하게 말해 북한정권은 무조건 무너뜨려야 한다는 쪽에 서면 보수적이고,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면 진보적이라고 구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으면서(무조건의 환상을 갖지 않으면서) 인적·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는 편이다.
이같은 시각 차이에 대한 공론화는 어느 면에서 다행스럽다. 그동안 어느 한쪽에 치우친 관념이나 상대의 시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말하려고 한 것이 한국사회에 실재하고 있는 양극단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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