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처럼 여행을 하면서 음식에 신경을 쓰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음식 짐이 옷 짐보다 더 많고 여행 예산을 책정할 때 음식값이 숙박료보다 많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20여년 전 LA에서 단체관광이 처음 시작될 당시,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한국 식당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여행 가이드가 도로변에 버스를 세우고 버너에 불을 붙여 직접 밥을 짓고 김치 등 밑반찬을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손님들의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타운내 한 베테런 가이드는 “새벽에 일어나 호텔 뒤쪽에서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손님들의 점심 도시락을 만들던 일이 바로 어제 같다”고 회고한다.
한국 음식을 고집하는 한인 관광객들의 식성은 캐나다 로키 산맥 오지에서도 그 영향력을 드러냈다. 밴쿠버에서 밴프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한인이 많아지자 중간 알버타 첩첩산중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인이 어렵게 재료를 구해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지나가는 한인 관광객에게 서브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킹스 캐년 시달 그로브 캠핑장은 저녁때만 되면 얼큰한 김치찌개 향기(?)가 캠핑 그라운드 전체에 진동할 정도로 한국 음식이 햄버거 굽는 냄새를 밀어내고 있다.
기자도 10년 전 세코야 국립공원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국 음식과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지난해 30일 동안 유럽 배낭여행에 나선 A씨는 비행기에서 받는 튜브 고추장을 하루에 한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면서 식성을 달랬다. 유타로 여행을 떠난 B씨는 호텔 욕실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는 바람에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기자도 여행을 좋아해 여정 중 한국 음식 해결을 위해 터득한 점들이 있다. 일단 요즘 마켓에는 인스턴트 한국 음식이 많이 나와 있다. 컵 라면은 물론 해장국, 갈비탕, 된장국 등도 인스턴트로 구입할 수 있다.
김은 여행지 일등 반찬이다. 싸 먹거나 부숴서 간장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마늘과 파는 다져서 냉동실에 얼려 가고 기본 양념은 필름통에 조금씩 담아 가면 사용이 편리하다.
두툼하게 썰어간 스테이크용 고기나 현지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인근 공원에 있는 철판 위에서 익힌 후 바비큐용 소스를 발라 조금 더 구우면 폼 나고 맛있는 바비큐 요리가 완성된다.
큼직하게 썬 양송이 버섯, 양파, 피망, 감자, 햄, 소시지 등을 같이 구워먹어도 좋다.
여행, ‘무엇을 볼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무엇을 먹을까?’다. 음식 짐을 많이 싼다고 놀리지 마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백 두 현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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