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서 물러나겠습니다.
지난 겨울 인종차별적인 뉘앙스를 풍긴 농담으로 미 연방 상원 원내총무직에서 사임한 트렌트 로트 의원이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공화당 소속 정계 인사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다음으로 권력이 높은 직위를 누리던 그가 아무리 농담이라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실망스럽지만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내총무직을 사임한 사실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로트 의원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을 했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위치와 책임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최근 아시안 월스트릿 기고문 파문으로 문제를 일으킨 정순균 한국 국정홍보처 차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보며 로트 의원이 문득 떠올랐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기자들을 비하하는 글을 기고한 정 차장에게 ‘무죄 조치’를 내렸고 문제의 글을 번역한 실무자에게 경고 조치를 취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파문을 일으킨 공직자에게 무죄 조치를 내린 한국 정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은 정 차장의 뻔뻔스러움이 가증스럽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무리 신문을 읽지 않고 뉴스를 시청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미국의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훗날 대통령의 꿈을 키우는 인재가 로트 의원의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보며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한국의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훗날 대통령의 꿈을 키우는 인재가 이번 정 차장 기고문 파문 징계 조치를 지켜보며 그래...사람은 성공하고 봐야된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아무도 건드릴 수 없잖아...라고 느끼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전 세계의 학교마다 역사책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선조들이 과거에 행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의 역사책은 ‘보고 따라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닌 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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