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결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기분 좋은 가을이 왔다. 봄철 못지 않게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청첩장이 책상 위에 쌓이는 것을 보면서 또 다시 결혼시즌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거의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대체로 한국사람들은 그저 얼굴도장 찍으려고 할 수 없이 잠깐 식장에 들렀다가 얼렁뚱땅 식사만 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과연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오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결혼식이 끝난 뒤 새 신랑신부는 친지,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후 피로연장에 들어설 때면 이미 대다수의 손님들은 식사를 끝마치고 자리를 떠난 상태. 물론 바쁜 이민생활 탓에 남의 손에 가게를 오랫동안 맡겨두기 힘들어 어쩔 수 없다지만 썰렁해진 피로연장을 보고 있노라면 새 신랑신부에게는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국인들 경우 결혼식에 참석하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하고, 또 진정으로 축하 받고 싶어한다. 때문에 정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초대도 하지 않을 뿐더러 초대받은 사람도 자신이 선택된 것을 너무나 고마워한다. 예의상 어느 누구를 초대하지도, 예의상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사실 한인들의 얼굴도장 찍기 습관은 결혼식장 이외 한인사회 여러 행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타운에서는 때로 뜻 있는 주요행사들이 선을 보이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눈치껏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행사 중 어렵게 자리를 지켰던 한인들조차 2부 순서로 마련된 축하공연이나 세미나가 시작될라치면 순식간에 자리를 뜨고 만다.
주최측이 어렵게 섭외해온 수준 높은 예술가나 강사들도 그렇고, 주최측도 난감해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워낙 한인사회가 좁다보니 여기저기 이중삼중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나도 거기 있었소~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때우고 보려는 형식에 치우친 행동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진다.
어떤 자리에 초대를 받든 자신이 그 자리에 참석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초대받은 사람의 예의를 다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을 갖는 한인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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