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1일 뉴욕 트윈타워스 테러 1주년을 맡아 세계의 저명한 영화감독들이 만든 11편의 단편 모음. 각 편의 상영시간은 모두 9분 11초로 한 프레임(화면)으로 찍었다. 감독들은 켄 로치(영국), 클로드 를루쉬(프랑스), 다니스 타노비치(보니스아), 션 펜(미국), 쇼헤이 이마무라(일본), 아모스 지타이(이스라엘), 사미라 마흐말바프(이란), 유셉 차힌(이집트),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부르키나 파소), 미라 나이르(인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멕시코).
가슴을 뒤흔들고 사려 깊으며 또 도전적인 작품들로 작품의 우열은 있지만 뜻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중에는 반미적 색채를 갖춘 것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깊은 충격을 주는 것은 이나리투의 작품. 주문을 외우는 듯한 음향효과와 함께 검은 화면 속에 납치된 비행기서 가족에게 전화하는 여인의 목소리와 사건 당시 세계무역센터의 현장의 소리 등이 들리다가 섬광이 번쩍 하는 식으로 화면이 밝아지면서 타워서 투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마침내 타워가 붕괴되면서 강렬한 음악에 이어 진혼곡이 흐르고 ‘신의 빛은 우리를 안내하는가 또는 눈멀게 하는가’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로치 감독은 1973년 9월11일에 일어난 미국 사주 하의 칠레 군사쿠데타를 다뤘다. 영국으로 망명한 칠레 사람이 9.11테러 희생자의 부모들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으로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재미있는 것은 우에드라오고의 작품. 아이들이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오사마 빈 라덴과 닮은 사람을 줄기차게 따라 다니는 코미디다. 를루쉬의 것은 청각장애자의 사건에 대한 반응이고 이마무라의 것은 2차대전에 대한 일본인의 회상이며 펜은 트윈 타워스의 그림자 속에 사는 나이 먹은 홀아비의 삶을 그렸다. 또 마흐말바프는 어린 학생들에게 뉴욕 테러를 설명해 주는 선생의 이야기.
이들 단편 모음집을 보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미쳤다는 사실과 함께 왜 인간은 과거의 잘못에서 깨달음을 못 얻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16일까지 뉴아트(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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