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떤 미국 사람이 내가 한국계 중국인이라고 하자 그럼 너희 선조들이 살던 고국인 한국에 자주 가느냐? 또 쉽게 갈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갈 수 있지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 조선족이 한국에 가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어쩌면 본래 중국사람보다도 더 어렵다.
나의 한 친구는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가기 위해 신분증에 표시된 ‘조선족’을 ‘한족’(중국인)으로 고쳤다. 왜냐하면 조선족은 한국말을 하기 때문에 연수생으로 가서는 도망친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도망친다는 이유로 지난해 월드컵 관광도 조선족은 거의 갈 수가 없었다. 이처럼 한국 가기가 어려우니 한국 비자 내는데 브로커들은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 1인당 1만~1만5,000달러 이상 든다.
1만달러가 한국인이나 미국인에게는 별로 크지 않은 돈인지 몰라도 중국의 조선족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래도 서로 가려고 달려드는 판이다. 그러니까 사기도 많이 생겨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한국 땅은 밟아보지도 못한 채 평생 벌어도 못 갚을 빚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집, 자살하는 사람 등 부작용이 많다. 그래도 기어이 한국에 가려고 난리들이다.
그래서 1만달러씩 주고 목숨까지 내걸고 밀항도 서슴없이 한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내에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밤낮 없이 해댄다. 노동현장, 숙소, 가정집 등 장소에 관계없이 불법체류자 색출을 한다. 심지어 교회까지 급습하여 조선족을 잡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국간 지 한두달 만에 한 보따리의 빚만 지고 잡혀와서 살 길이 막막해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다시 한국 가기를 시도하고 또 잡혀오고 안 잡혀오기 위해 한국인 행세도 해본다. 안 잡혀오기 위해 크게 유행인 것이 결혼이다. ‘진짜결혼, 위장결혼, 합의결혼’… 연변의 어떤 동네에는 여자라고는 할머니들과 어린이들만 있고 젊은 여자들은 거의 너나없이 남편들과 진짜 아닌 진짜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진짜 아닌 진짜 시집을 갔다는 것이다. 너무나 비극이다. 그리하여 죄 없는 한국의 농촌 총각들까지 울리고 있다.
모처럼 기쁘게 결혼했다가 신부가 달아나는 바람에 졸지에 홀아비가 되고 호적만 버린 총각들은 조선족 하면 치를 떨 것이다. 반대로 한국행 때문에 빚만 지고 가정까지 깨진 조선족들도 한국, 또는 한국사람 하면 마찬가지로 치를 떨고 있다.
우리가 왜 이래야만 하는가? 우린 같은 피를 나눈 동포가 아닌가. 지난해 6월 한국이 월드컵 16강, 8강에 이어 4강에 오를 때 밤새 TV를 보며 소리치며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응원했던 우리이며, 경기가 끝나기 바쁘게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외쳤던 우리 조선족들이다.
한국 정부가 노동시장의 혼란을 걱정해서 200만 조선족도 포용하지 못한다면 장차 3,000만에 이르는 북한 형제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겠는가?
2년 전 중국 정부의 반발을 핑계로 제일 못 사는 중국의 조선족과 러시아의 고려인을 배제시키는 가운데 제정되려던 재외동포 특례법도 아주 야비하고 속 보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다 못난 자식을 더 애지중지하고 아끼지만 한국이라는 우리의 어머니만큼은 틀린가 보다. 우리 조선족에게만 터무니없이 높은 한국의 문턱을 탁! 탁! 찍어 낮추고 싶다.
이성열(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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