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사우스 LA의 플로렌스가를 따라 특이한 행진이 펼쳐졌다.
라틴계와 흑인이 대부분인 수십명의 사우스 LA 인근 주민들이 대오를 이뤄 느린 속도로 도로가를 따라 행진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어깨짐으로 운반중인 300파운드짜리 대형 십자가에는 새카만 예수상이 달려 있었다.
1마일에 달하는 긴 행렬은 지난 92년 4.29폭동의 발화지점이었던 플로렌스와 놀만디 교차로의 주유소에 잠시 멈춰선 후 버몬트와 70가의 교차로에 위치한 세인트 라파엘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과테말라에서 ‘기적의 성상’으로 통하는 ‘검은 그리스도’(Black Christ)상이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이 성상은 진품이 아니다. 25년 전 과테말라에서 LA로 이민 온 카르로스 피네다(50) 등 라틴계 가톨릭 신도들이 4,000달러를 들여 과테말라에서 직접 제작한 복사본이다. 1500년대 한 포르투갈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검은 그리스도’(Cristo Negro) 원본은 과테말라의 에스퀴플라스라는 마을에 모셔져 있다.
검은 그리스도 상은 이름이 전해 내려오지 않은 포르투갈 조각가가 원주민들을 착취하는 노예제와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피부색을 지닌 이 성상에 매료됐고, 이같은 믿음과 애정을 바탕으로 ‘신비’의 옷을 입기 시작한 크리스토 네그로는 점차 기적을 일으키는 성상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피네다는 어린 시절, 마을 사람들은 1년마다 한번씩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에스퀴플라스의 크리스토 네그로상에 참배하곤 했다며 성상은 참배자들, 혹은 그들 가족의 질병을 치유해 주는 기적을 행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딸인 모니카 피네다(26)도 기도의 효험을 체험했다.
스물두살 때 폐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는데 기도 덕에 이제는 완전한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
한편 세인트 라파엘 성당의 빈센테 로페즈 신부는 십자가 행진은 라틴 커뮤니티와 흑인 커뮤니티의 단합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며 ‘검은 그리스도’가 사우스 LA의 흑인 주민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조그마한 기적을 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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