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들려오는 성문란 뉴스는 해외 동포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와핑이라는 단어가 부부 단체혼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생각한다.
쾌락주의의 극치며 말세적 현상이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경계선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 즐기는 것에도 경계선이 있다. 이 선을 넘으면 쾌락이 타락으로 변해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인간은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다. 이 ‘한번’이라는 유한성 때문에 인생을 실컷 즐기다가 죽자는 쾌락주의가 매력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쾌락주의가 갖는 함정이 있다. 마음껏 즐기는 것이 계속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한가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공허와 허무가 따를 뿐이다.
쾌락주의는 관능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항상 자극이 필요하며 이 자극을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 날 자신이 타락의 길목 입구에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약과 스와핑도 모두 지나친 자극추구의 부산물이다. 쾌락주의가 갖는 한계선을 뛰어 넘으려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게 마련이다.
히말라야에는 사향노루가 있다. 일정기간이 되면 노루가 사향냄새를 풍기는데 노루는 자신으로부터 그 향기가 나오는 줄을 모른다. 결국 그 냄새나는 곳을 발견하려고 쫓아다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쾌락주의도 밖에 행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오늘의 라틴 아메리카가 왜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쾌락주의를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회풍토 때문이다. 행복은 행복만을 목표로 찾아다닐 때에는 발견되지 않는다. 행복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불행의 씨앗인 경우가 많다. 물고기가 먹이에 눈이 어두우면 낚시를 물게 되는 법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쾌락주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백발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영혼과 젊음을 바꾼 후 마음껏 쾌락을 즐긴다. 그러나 파우스트가 쾌락에서 찾은 것은 행복이 아니라 슬픔과 실망, 허무였다. 그래서 파우스트는 이렇게 외친다. 쾌락은 너무 천하다.
가을이다. 사색의 계절이다.우리에게 사색은 왜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벼에 왜 비료를 주는가로 대신될 수 있다. 인간의 머리에도 영양분을 공급해야 정신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사색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그리고 마음의 거울에 낀 먼지들을 닦아내 준다. 거울에 먼지가 끼면 사물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법이다.
사색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가를 생각해 보는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산책이다. 살 빼는 요령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사색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 않는다. 생각한다고 다 사색이 아니다. 도둑이 어떻게 담을 넘을까, 강도가 어떻게 가게를 털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사색이 아니다. 사색에도 옳은 길과 그릇된 길이 있다. 잘못된 판단은 잘못된 추구를 낳는다.
사색을 하는 방법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는 지식을 공급하고 사색은 그 지식을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사색은 정신적인 영양제요 비타민이다. 앞으로 달리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다. 어느 시점에서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것도 전진이다.
한국에 쾌락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그릇된 행복관이 인생의 목표인양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병들고 타락한 사회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색 같은 것을 우습게 아는 사회다. 경제적인 성장에는 정신적인 성장이 따라주어야 참다운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오늘의 미주 한인사회에 번지고 있는 병적인 현상들을 포함해 하는 말이다. 가을이다. 사색의 계절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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