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물고기 최초 방송 허풍
개그맨 강호동이 KBS 2TV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에서 ‘특명! 세계로’라는 코너의 진행을 맡고 있을 때 일이다. 강호동은 담당 PD와 함께 터키 앙카라대학에 있는 한국어과를 취재하기 위해 출국했다.
당시 강호동이나 스태프는 터키에 대해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방송에 필요한 준비만 하고 떠났다. 오히려 쉽게 가기 힘든 나라인 터키에 간다는 생각에 모두 들뜬 마음이었다.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 강호동과 PD는 현지 진행을 맡은 사람과 촬영 회의를 하다가 그곳에 ‘뜨거운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강호동은 호기심이 발동해 “어렵게 이곳에 촬영을 왔으면 터키의 특이한 풍물도 찍어야 한다”며 “물고기를 보러가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촬영 PD 역시 강호동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해 앙카라대학의 촬영 일정을 미루고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를 보러가기에 이르렀던 것.
그런데,이게 웬일인가! 비행기에 내려 6시간 정도 가면 된다는 안내인의 말과는 달리 ‘물고기 온천’은 가도가도 나오지 않았다. 서서히 스태프사이에서 ‘이러다가 허탕치는 것 아니냐’는 동요가 일어났다.
가장 먼저 보러 가자고 보채던 강호동 역시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 짜증을 부렸다. 결국 해는 지고 깜깜해졌다.사람들은 막연한 우려가 현실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초조해졌다.
다행히 해가 지고 얼마 안돼 목적지에 당도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호동은 방금 전까지 짜증을 부리던 모습 대신 신기한 표정으로 뜨거운 물에 사는 물고기를 구경했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되자,강호동은 트레이드 마크인 ‘오바 멘트’를 거침없이 구사했다.
“네, 여러분. 세계 최∼초! 아시아 최∼초! 방송 최초로 공개하는 특명 세계로….”
그런데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현지 안내인이 PD에게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고, 바로 PD는 강호동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아니래. 일본에서 벌써 왔다갔대…?”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강호동은 “왔다 갔어? (잠시 침묵). 에이! 그래도 내가 아시아 최초라면 최초야”라며 자신의 말을 끝까지 고수했다고 한다.
최성은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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