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눈 깜짝할 순간에 주택단지 코앞까지 불길이 닥쳐온 스티븐슨랜치 지역은 진화작업을 위해 긴급 출동,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방대원들과 경찰, 황급히 대피하는 주민들로 난리통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산불은 스티븐슨랜치 주택단지에서 3-4마일 떨어진 브롱스 캐년 산림지역에 머물면서 짙은 연기만 보이는 정도였으나 오후 들어 급작스레 방향을 바꾼 바람을 타고 불길이 주택지역에서 불과 몇백 야드 거리까지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한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이날 오후 띠처럼 산을 타고 내려오는 화염이 내뿜는 연기와 재가 주거지역으로 날리면서 스티븐슨랜치와 인근 샌타클라리타 및 발렌시아까지 눈처럼 내리는 흰 잿가루와 짙은 스모그로 온통 가득 차 주민들의 고통을 더했다.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오후 3시께, LA카운티 셰리프 소속 경관들이 산불지역과 맞붙은 서던 옥스길 등 피코 캐년 단지내 가정집을 일일이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포함 400여 가구가 간단한 짐만 챙겨 황급히 떠나기 시작했다. 진화와 현장 통제를 위해 출동한 소방차와 경찰차들이 골목골목마다 배치돼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이날 산불 위협에 직면한 지역은 상당수의 집들이 100만달러대에 달해 스티븐슨랜치내에서도 고급주택가에 속하는 곳으로 급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주민들이 산불의 불똥이 집 쪽으로 튈 것을 우려, 대피에 앞서 황급히 주택 외벽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산불 현장 근처에 거주하는 한인 심정희(51)씨는 어젯밤부터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돼 짐을 싸두기는 했지만 이렇게 불이 갑자기 내려올 줄은 몰랐다며 빨리 아이를 픽업해 친척집으로 가야겠다며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LA카운티 셰리프국과 CHP경관들이 스티븐슨랜치 파크웨이와 피코캐년 로드 등 단지 내 주요 도로의 통행을 차단하고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한 뒤 산불에 위협을 받는 지역에서 비교적 떨어진 단지의 주민들만 들여보내는 등 안전 확보에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스티븐슨랜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림(57)씨는 이 지역에 2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번과 같은 불난리는 처음 본다며 동네에 한인들도 많이 사는데 불이 너무 위험하게 가까이 온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