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자신과 아내 및 모든 타인들을 기만하고 살아온 남자에게 느닷없이 도착한 예기치 않은 사랑과 이 사랑을 통한 마지막 자기 구원을 사무치도록 절실하고 비극적으로 이야기한 가슴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드라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작가 필립 로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진 크레인이 주연한 ‘핑키’(1949)와 라나 터너가 나온 ‘생의 모방’(1959)을 생각나게 한다.
미국의 사회적 질병인 인종문제와 편견을 다루면서 개인의 기만과 비밀 그리고 자아정체를 탐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랑과 뜨거운 정열에의 동경에 관한 이야기인데 참 사랑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밝히고 구원받는 남자의 모습이 마치 죽기 전 고해성사를 하고 평화를 얻는 사람과 같다.
1998년 한 많은 과거와 자기 기만 속에서 살고 있는 71세의 유대계 콜맨 실크(앤소니 합킨스)는 매서추세츠 아테나 대학의 존경받는 고전문학 교수. 그가 어느 날 강의시간에 한 말이 엉뚱하게 흑인 모욕발언으로 해석돼 콜맨은 학장직을 사직하고 그 충격에 아내가 사망한다.
이야기는 콜맨이 교외서 칩거하고 있는 작가 네이산(게리 시니즈 역은 작가 로스)을 사귀면서 콜맨이 네이산에게 들려주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진행된다. 대학시절의 콜맨(웬트워스 밀러)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스티나(재신다 배렛)와 깊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하나 이 사랑은 콜맨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별로 끝이 난다(과거 장면은 꿀빛 색깔로 정감 있게 묘사된다).
그러나 사랑은 물론이요 육체적 열정을 포기한 콜맨의 가슴과 육체의 욕망은 34세난 아름다운 청소부 파우나(니콜 키드만)를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다시 불이 붙는다. 어린 두 자식을 잃고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정신상태가 심히 불안해진 전남편(에드 해리스)의 위협을 받는 파우나도 역시 어두운 과거를 지닌 여자.
둘 다 어둠과 한을 지니고 사는 콜맨과 파우나는 나이 차가 아버지와 딸 같이 나는 사이이나 동병상련과 육체적 접촉의 희열에 젖어 걷잡을 수 없이 가까워진다. 동네사람들의 조소와 네이산의 반대 및 파우나의 전남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콜맨과 파우나는 둘만이 진실로 서로를 수용하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콜맨은 마침내 평생을 숨겨온 자신의 비밀을 파우나에게 고백한다.
신파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깊이 있고 민감하게 처리했는데 콜맨과 파우나의 사랑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연기파들의 좋은 연기와 심오한 내용을 즐길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
키드만이 청소부역에 다소 안 맞는 것이 흠.
로버트 벤튼 감독. R. Mirama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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