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짜는 최루성 영화는 가라
한국 멜로 영화의 세대교체 ‘...ing’
시한부 생명, 불치병이라는 소재는 아직까지도 TV 드라마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주 메뉴다.
하반기만 해도 ‘태양의 남쪽’, ‘완전한 사랑’ 그리고 ‘로즈마리’까지....
영화에서도 ‘국화꽃 향기’가 벌써 손 흔들고 간지 오래다. 그런데 또 불치병이라구?
하지만...하지만...’오! 놀라워라~’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다르게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초장부터 상가집 분위기처럼 만들어 관객들의 진을 다 빼고, 결국 울어야 될 순간에 힘이 빠져 울음이 안나오게 만든 것이 기존의 최루성 멜로영화의 공식 아닌 공식이건만, 영화 내내 배꼽 잡고 웃게 만들면서도 애잔함은 속속들이 느끼게 만드니 28세 젊은 여감독의 영화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영화 ‘...ing’는 그런 면에서 한국 멜로영화의 세대 교체를 이루었다는 찬사를 받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화이다. 지금껏 그 어떤 영화가 ‘죽음’을 다루면서 이토록 유쾌함을 주었던가? 곁다리로 끼어 드는 기존 불치병 영화의 푸석한 웃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웬만한 트랜디 드라마 못지 않은 톡톡 튀는 대사하며, 순정 만화 같은 상큼한 비쥬얼, 기분 나쁘지 않은 영화 속 복선들...이런 ‘밝은’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영화가 끝난 후 깊은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건 영화를 만들면서 정말 노력을 했다는 증거이다.
주인공에게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적절히 분산시켜 억지 울음을 강요하지 않은 시나리오의 힘, 고정관념으로 정형화된 액자 속 멜로 주인공들을 관객 앞에서 살아 숨쉬게 만든 감독의 역량, 자신의 역할을 차고도 넘칠 정도로 잘 소화해낸 주조연 배우들까지... 영화 ‘ing’는 이처럼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기대하고 있지 않다가 우연히 건져 올린 올해의 대어(大漁)라 아니 할 수 없다.
한국 ‘불치병’ 영화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ing’에게 박수를....
감독: 이언희
출연: 임수정, 김래원, 이미숙
개봉: 2003-11-28
이한우 기자 webr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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