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동물원 그레이시 19일 또 감행
20피트 벽 고공점프 훌쩍
4천여 방문객 대피, 방송중계 법석
45분 유유자적 제발로 귀환
LA 동물원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시’(Amazing Gracie)란 애칭으로 인기를 끌던 16년산 침팬지(사진)가 지난 19일 감행한 ‘대중 환시리의 탈출작전’으로 다시 관계자들과 방문객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무려 3번이나 침팬지 우리를 탈출한 바 있어서 이미 ‘탈출의 귀재’란 별명도 얻은 그레이시가 이날 낮 3시께 다시 4번째 탈출을 감행, 동물원 조련사와 방문객, CNN 등 각 미디어까지 법석을 떨게 한 후 시치미 뚝 떼고 우리로 다시 돌아온 해프닝을 벌였기 때문.
그가 여러 번의 고공점프 끝에 우리 밖으로 뛰쳐나가 동물원 내에서 누린 자유의 시간은 약 45분 남짓. 그레이시는 이곳저곳 기웃대며 놀다 자기 발로 얌전히 우리로 돌아왔건만 그의 탈출에 지레 겁을 먹은 4,000여명의 LA 동물원 방문객들은 허겁지겁 대피하고 방송국 헬리콥터들이 동물원 상공을 선회하며 난리법석이 난 듯 생중계를 해댔다.
관계자들은 이번 탈출소동도 LA 동물원 역사상 탈출을 시도했던 유일한 침팬지인 그레이시의 짓인 줄 알고 다시 한번 ‘역시’라며 감탄했다.
동물원측은 1998년 회색 캥거루가 탈출하는 등 최근 수년 내 총 35마리의 동물들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오는 소동을 벌인 후 연방 정부의 경고를 받고 수만달러의 예산을 투입, 담을 높이고 우리 안 환경을 개선하면서 동물 탈출사례를 대폭 줄이는데 노력했다.
1999년 그레이시가 3번째로 우리를 빠져 나왔던 사건 이후 동물원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담을 더 높이 쌓고 3만5,000달러를 들여 침팬지 우리를 침팬지들이 좋아하는 환경으로 재조성한 바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그레이시가 ‘탈출이 불가능한 우리’를 탈출하자 동물원측은 “도무지 할말이 없다”고 했다. 큐레이터도 아무리 원숭이가 다른 동물보다 머리가 좋다고 하지만 그레이시의 탈출작전은 ‘예술’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레이시는 침팬지 우리에 설치된 인조 산꼭대기 빔에서 점프하여 15피트 떨어진 물파이프를 움켜잡은 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3전4기 끝에 고공점프를 성공시켰는데 3번이나 파이프를 잡지 못하고 20피트 벽에 부딪쳐 미끄러졌어도 다시 원위치로 올라가 시도하는 끈기를 보였다고 전했다.
동물원에서 16년 전 태어나 오는 26일이면 17세가 되는 그레이시는 처음부터 영리한 원숭이로 꼽혔고 현재도 동물원 내 침팬지들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얼굴도 예쁘고 눈매에 총기가 흐르는 그의 영악함은 선천적이랄 수 있다. 엄마 침팬지 ‘판도라’에서 출생한 그레이시 가족은 모두 특별한 원숭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레이시의 남동생인 제라드는 8세 때 벌써 어른 원숭이 리더에게 도전, 두목 자리를 빼앗았다. 또 역시 동생 침팬지 앤디도 목까지 차는 수렁을 무사히 건넌 유일한 원숭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빠삐용 침팬지’ 그레이시는 탈출에만 탁월한 재주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긴 막대기를 이용해서 음식을 집거나 요람을 만들기도 한다. 또 엄마로서 아기 침팬지들에게 지극한 모성을 보여주며 리더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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