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 세계에서 전화를 잘 걸어야 유능한 기자로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 50년대는 물론이고 60년대에도 한국에서는 지방에 전화가 별로 없었다. 남해에서 여객선이 가라앉아 100여명이 죽었을 때 기자가 제일 먼저 달려가 취재를 했다해도 기사 송고에서 다른 기자에게 뒤쳐지면 마감시간을 못 지켜 고생한 것이 헛수고로 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말서를 쓰는 경우도 허다했다. 서울에 한번 전화하려면 지방전화국 교환양에게 신청해 놓고 30분씩 기다리며 속을 태워야 했다.
지방에 전화선은 두어개 밖에 없는데 기자들 수십명이 몰려드니 그 아우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떤 기자는 상대방 신문기자가 마감시간에 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기사를 엿가락처럼 늘여 길게 부르면서 시간을 끌기도 해 주먹이 오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통신시설이 너무 발달해 문제다.
70년대에는 전화가 대중화되고 공중전화가 많아져 훨씬 편해졌고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삐삐와 팩스의 출현으로 기사 송고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60년대나 70년대, 80년대는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바꾸어 말하면 60년대의 기자가 80년대에서 취재경쟁을 벌여도 크게 불편을 못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취재와 송고 방법이 천지개벽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대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 시대가 열린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모르면 기자직을 수행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원고지에 기사를 써서 넘겨도 타자 쳐줄 여직원도 없고 기사가 스크린에서 스크린으로 넘어간다. 원고용지 자체가 모습을 감추었다. 컴퓨터를 모르면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시대가 나의 기자생활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가를 실례를 들어 소개해 본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모든 신문을 인터넷을 통해 읽을 수 있고, 방송 뉴스를 놓쳐도 인터넷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최신 서적도 책방에 가서 비싸게 사지 않고 아마존 닷컴을 통해 주문하면 싸고 사무실까지 배달해 준다. 출장 갈 때도 인터넷으로 들어가 제일 싼 비행기표를 살 수 있고 공항에서 줄서지 않고 머신에서 티켓을 빼낸다. 호텔 예약도 인터넷으로 하면 여러 호텔과 값을 비교할 수 있고 자신이 묵을 침실을 미리 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출장 가서 사진도 그 자리에서 본사에 송고할 수 있고 공항에서 렌터카를 하면 GPS라는 컴퓨터 지도를 이용해 밤에도 타 도시에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e메일을 통해 친지들과 무료로 무한정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칼럼에 필요한 자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노트에 쓰지 않고 컴퓨터에 버튼 하나로 저장이 가능하다. 이같은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인터넷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담배끊겠다” “다이어트 하겠다” “여행을 하겠다” 등등 새해 결심한 내용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데 의외로 “컴퓨터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기 때문이다. 인터넷 배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컴퓨터 기능을 다 배우는 것은 어렵지만 인터넷 사용하는 법은 식은 죽 먹기다.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인터넷을 모른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모르면 자동차 운전 못하는 것만큼 불편한 시대가 조만간 닥칠 것이다. 자녀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도 인터넷 이해는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새해 결심에 인터넷 공부를 하나 더 얹으면 어떨까.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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