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이 기억속에 클레멘타인(왼쪽)과 겨울 바다를 즐기고 있다.
사람들은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특히 그것이 사랑의 것일 땐 더욱 그런가보다. 이 영화는 아프고 슬픈 기억도 모두 당신의 경험이었으니 버리지 말고 아름답게 간직하라고 다정하게 이르는 야릇하니 정이 가는 기억의 영화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지닌 영리하고 지적인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썼는데 그는 ‘존 말코 비치되기’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적응’의 각본을 쓴 사람. 카우프만과 ‘인간의 본성’이라는 코믹한 우화를 만든 프랑스의 미셸 곤드리가 감독한 이 영화는 영혼과 감정이 가득한 사랑과 관계와 기억의 코믹한 드라마이자 공상 과학영화이다.
상냥하고 마음 아프고 또 마음 따스해지며 위트 있고 정감이 넘치는 보기 드물게 독특한 이야기(카우프만의 현실을 꽈배기처럼 꼬아대는 창의력은 거의 가공할 정도다)인데 무엇보다 사랑의 영화다. 영화를 보자니 어떻게 해서 처음에는 마법적이요 수줍던 사랑과 관계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무미건조한 빵 껍질처럼 변하고 마는가 하고 씁쓸하게 의문하게 된다.
2004년 눈이 내린 밸런타인스 데이. 내성적인 조엘(짐 캐리)은 갑자기 직장을 빼먹고 롱아일랜드의 해변도시 몬톡을 찾는다. 그는 여기서 머리에 요란한 물감을 칠한 발랄한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만나는데 여자가 더 적극적이다. 둘은 이때부터 사랑에 빠져 뜨겁고 야단스럽고 부드럽고 슬프고 아픈 관계를 유지하다가 클레멘타인이 먼저 식어버린다.
본능적인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기계를 이용해 말끔히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한 조엘은 홧김에 기억말소병원을 찾아가 원장 하워드(탐 윌킨슨)에게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조엘은 기억말소 과정에서 클레멘타인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 이 과정으로부터 탈출하려고 이리 저리 내빼면서 기계에 저항한다. 조엘의 이런 저항 때문에 그의 기억과 기계에 혼란이 일자 조엘의 기억을 말소해 주던 하워드의 두 조수 스탠(마크 루팔로)과 패트릭(일라이자 우드)과 기억말소 과정을 구경 온 하워드의 젊은 여비서 메리(커스튼 던스트)는 조엘이 도망가는 기억의 미로를 따라 그를 추적한다.
조엘이 머리에 여성 파마용 기계모양의 헬멧을 쓰면서 그는 가까운 기억부터 잊어버리는데 기억상실의 과정을 묘사한 각종 시각적 표현이 로맨틱하고 우습고 또 독창적으로 마치 천재화가가 미친 듯이 허공에 상상의 그림들을 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둘 다 서로의 기억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다시 사랑을 시도한다.
플롯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면서 기억놀이를 하는데 복잡하지만 기억이란 원래 그런 것. 요란한 연기를 하는 캐리가 고독한 연기를 차분하게 하고 윈슬렛도 에너지 넘치는 화려한 연기를 한다. 조연들도 다 좋다. R.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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