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발언 이후 60·70대 화 안풀려
<서울-김경원 특파원>
4·15총선을 앞둔 한국 노년층의 표심이 심상치 않다.
오늘의 한국을 위해 자신들의 젊음을 바쳤지만 요즘은 나이든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폐물로 폄하하고 무시하는 세태를 보면서 허탈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맨손으로 시작한 기업을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운 홍모(70) 대표는 최근 신문구독을 중단하고, 빼놓지 않고 시청하던 TV 뉴스도 끊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젊은 세대만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주역으로 묘사되고 자신과 같은 세대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평가 절하되는 것 같아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한몫 했다는 자부심이 사정없이 뭉개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회장은 무조건 한나라당에 표를 던질 예정이다. 홍 회장은 “60~70대가 땀과 눈물로 일궈낸 성취가 없었다면 오늘의 20~30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느냐”며 늙은 사람을 깔보는 풍토 조성에는 열린우리당의 몫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던 개인 택시운전사 김명기(65)씨는 요즘 젊은 손님이 타면 목적지나 “막히는 길을 조금 돌아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외에는 일체 입을 열지 않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한국 국회에서 가결되던 날 택시를 탄 20대 손님에게 “대통령이 너무 편가르기를 하더니 벌을 받았다”는 말을 꺼냈다가 “아저씨 세대 때문에 의회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폭언을 들은 충격 때문이다.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당의 대표가 한 말실수를 이용하는 한나라당도 건전한 정당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김씨는 “아들 뻘 되는 녀석이 눈을 똑바로 뜨고 쏘아붙이는데 정말 황당하더군”이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리 때는 나이든 분의 의견이 아무리 말이 안 돼도 감히 안전에 대고 말대꾸를 못했는데…”라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홍씨나 김씨는 그나마 불만을 가슴속에 담아두는 편이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월남전 참전용사 박병진(69)씨는 정 대표가 지난 8일 재향군인회 정기총회 축사를 위해 향군회관을 방문하자 “어이 정씨. 나는 집에 안 있고 투표장 가서 투표할 거야”라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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