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셀폰엔 메카 나침반 장착”
인텔 연구소 소속 인류학자 2년간 연구
테크놀로지 수용 방식 문화마다 크게 달라
인도 힌두교도들엔 첨단제품 환영 못받고
젊은 중국여성엔 기본기능 충실 저렴하면 OK
장식품들이 달린 한 일본 남자의 셀폰.
인텔 연구소 소속 인류학자 지니비에브 벨은 지난 2년간 아시아 태평양 연안 7개국 19개 도시의 100가구를 방문, 사람들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돌아왔다. 20만6,000마일을 날아 다니며 20 기가바이트의 디지털 사진을 찍고 노트북 19권을 쓴 끝에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은 테크놀로지와 문화, 디자인에 관한 몇가지 의문점들이다.
벨의 프로젝트는 4년전 시작됐다. 인텔사가 내놓는 제품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똑같은 가치를 갖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부터 인텔에서 일해온 벨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인도,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한국 및 오스트레일리아를 찾았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은 어떤 곳에서는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에서도 어떤 종류의 테크놀로지는 집안에서 사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겸손과 검박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부 인도의 힌두교도 가정이나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의 회교도 가정에서는 테크놀로지가 환영받지 못했다. 가정의 가치를 오염된 세상과 단절된 때묻지 않은 공간이라는데 두면 어떤 테크놀로지들은 수용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미국 가정들은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대체로 그 공간은 사적 공간이지만 일본의 경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좁은 가옥에 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텍스트 메시지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벨은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안정된 전력 사용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말레이지아에서는 장마철 전압 변화로 컴퓨터의 마더보드들이 죄다 못쓰게 되기도 한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장 사람들의 가치관과 관습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텔만이 아니다. 제품 디자인을 위해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에 대한 연구를 원하는 회사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LG전자도 중동지역에 판매하는 셀폰에는 GPS로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을 내장시킨다.
과거에는 어떤 제품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용되도록 하는 일은 마케팅 팀에서 처리했지만 요즘은 그보다 더 앞당겨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문화가 고려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잠재 시장에 대한 수준 높은 진단과정이 디자인 작업의 첫 단계로 벨 같은 학자와 연구팀이 현지로 파견되어 사람들을 만나 보고 그 정보를 취합하여 ‘페르소나’라 불리는 사용자의 초상을 그려낸다.
그 페르소나중 하나가 25세의 샹하이에 사는 중국여성 ‘샐리 루’로 그녀의 일과, 활동, 걱정거리, 테크놀로지에 대한 태도등이 고루 기술된다. 그에 따르면 그녀는 새 하이텍 제품은 너무 비싸면 안되고 기능도 지나치게 팬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즉 셀폰에 비디오 스크린까지 달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면 만족해서 구입한다는 말이다.
이런 페르소나들은 산업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사용자들이 제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들이 사용자를 이해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개념의 장치도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제품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념을 실제 제품에 반영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텔이 사용자 위주 디자인으로 내놓는 첫 제품은 좁은 주거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PC-엔터테인먼트 센터 콤비고 두번째는 PC를 장만한 능력이 없는 중국인들을 위한 PC 같은 장치인데 아직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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