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인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며 헌화하고 있다. <김영수 기자>
“죄없는 민간인을 어떻게 그럴수가…”
“야만행위”눈시울
“보복”주장 흥분도
일부는 한국정부의 무능력 대응 질책 파병엔 의견 엇갈려
타운 곳곳 추모 모임
22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가나무역 김선일(33)씨의 참수소식을 접한 LA한인사회는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오전 9시40분께 알-자지라 방송의 첫 참수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정부의 전방위 노력으로 김씨 구출이 가능할 것으로 알았던 한인들은 뜻밖의 결과에 허탈감마저 느꼈다.
한인들이 김선일씨 참수 소식을 보도한 한국일보 호외를 관심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 샤핑몰에서 김씨 참수소식을 접한 제임스 한(63)씨는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며 “민간인 살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모(70) 할아버지는 “아들 뻘인 김씨의 죽음에 눈물이 나온다”며 “부모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도록 아프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함께 흥분한 한인들은 김씨가 참혹하게 처형된 만큼 이제 인도적 차원의 파병차원을 떠나 보복을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양모씨는 “파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며 자위권 차원에서 공세적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한인들은 일본인 인질의 무사귀환과 김씨의 처형을 비교하며 한국정부의 무능력함을 꼬집었다.
샘 이(35)씨는 “일본정부는 인질 5명을 모두 구출했는데 한국은 국민 한사람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한국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렸다.
이근동(38)씨는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파병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므로 번복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주영(29)씨는 “남의 나라 일에 함부로 끼어들었다가 무고한 사람만 희생되지 않았느냐”라며 한국 정부의 파병 취소를 주장했다. 한편 한인들은 22일 저녁 한인타운 곳곳에서 이라크 무장단체에 참수된 김선일(33)씨 추모 모임을 갖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윌셔와 버몬트 지하철역 앞 광장에서는 LA한인회 주최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촛불과 국화로 장식된 이날 집회에는 재향군인회, 재미어머니봉사회, 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참가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또한 평통 LA지역협의회(회장 김광남)는 미주기독교 방송국에서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추모기도회’를 가졌다. 평통 종교분과위원장인 남철우 목사의 사회로 평통 회원들은 기독교 장례식에 따라 추모예배를 가졌다.
타운 인사들 한마디
·이채진 클레어몬트 맥키나대학 교수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개인의 비극이 아닌 나라전체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한사람을 구출해야 하는 것과 테러리스트들에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가지 도덕적 딜레마에 봉착한다. 근시적 안목에서는 비통하지만 그렇다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옳은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미셸 박 전 백악관 아태자문위원
민감한 사안이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과는 어떤 협상도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좀더 신속히 대처, 현명한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김용현 한미평화협회장
한국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일부 한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정부가 파병을 재고하면 한미 동맹관계 손상이 우려된다.
국가재건을 내걸고 군대를 이라크에 보냈지만 이라크 과격단체와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한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LA 이슬람사원측도 침통
김씨 살해집단을 규탄하는 램지 하킴.
용서받지 못할 잔혹한 범죄...
그들은 참된 이슬람교도가 아닙니다
김선일씨 피살소식이 전해진 22일 오후 LA 한인타운 버몬트와 4가의 이슬람교 사원 ‘서던 이슬라믹 센터’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메카를 향해 엎드려 기도를 하는 교인들을 뒤로 하고 사원 로비로 나온 램지 하킴은 “가까운 이웃인 한인들의 동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뉴스를 오전에 접했다”며 “이제는 놀라움이 분노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슬라믹 센터 이사회 이사장인 하킴은 “이단자들과 테러리스트의 만행으로 신성한 이슬람의 이름이 또다시 더렵혀졌다”며 “만행을 자행한 이들은 참된 이슬람교도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날 오후 기도를 위해 사원을 찾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슬람교는 생명의 신성함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종교라고 강조했다.
인명을 존중하는 이슬람교의 단면을 설명하기 위해 이들은 전쟁포로에 대한 대우를 예를 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포로에 대한 구타, 학대 등 신체손상은 상상도 하지 못할 사안이며, 아무리 원수 국가의 전쟁포로라도 몸값을 지불할 때는 안전히 돌려보내 주는 것이 참된 이슬람교의 전통. 따라서 정치적 이유로 민간인을 무고히 살해하는 것은 신에게 용서받지 못한 잔혹한 범죄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에서 자신들이 테러리스트와 이단자로 매도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킴은 “한인사회와는 그동안 좋은 이웃으로 잘 지냈다”며 “성숙한 한인사회 구성원들이 이번 만행을 저지른 테러리스트와 우리를 혼동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원 관계자들은 끊이지 않는 살상이 하루빨리 이라크에서 종결돼 김씨 살해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고, 이라크 민간정부로 한시바삐 정권이 이양돼 미국, 영국, 한국 등 모든 주둔국 군인들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김경원 기자>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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