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입국 단상
9·11 테러 이후 미국 이민국은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금년 1월5일부터는 입국자에 대한 지문채취와 사진촬영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테러에 의한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삽시간에 수천 명의 자국민을 잃은 미국 관계당국으로서는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금년 1월 5일부터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이 실시된 이후, 저는 4월말까지 금년 들어서만 네 번 미국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이민국 관리의 태도가 도를 넘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하순, 애리조나 피닉스로 가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입국할 때의 일입니다. 이민국을 통과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제가 대기하고 있던 부스의 이민국 관리가 입국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치 범죄자 다루듯 심문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 앞에 있던 중국인에게 이민국 관리가 물었습니다. “이 여권 사진이 당신 사진 맞습니까?” 너무나도 황당한 질문에 중국인이 “물론”이라고 답하자, 이민국 관리는 그 중국인으로 하여금 얼굴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게 하며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였습니다. 물론 중국인의 얼굴에는 모멸감이 역력하였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제가 목사인 것을 안 그 관리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외워 보라고 했습니다. 암송이 끝나자 다시 “그 구절을 믿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이건 월권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피닉스에 도착하여 트렁크를 여니 속이 엉망이 되어 있는데다, 면도기 뚜껑은 부러져 있고 로션 병마개는 열려 있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피닉스 행 비행기로 짐을 옮겨 실으면서 보안검색관이 트렁크를 뒤진 결과였습니다. 피닉스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 의하면 요즘 들어 그런 일은 다반사라고 합니다. 미국의 관문인 공항에서 미국 정부의 녹을 먹는 관리들이 미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관문인 우리 자신 역시 하나님의 녹(은총)을 먹고 살면서도 실은 하나님의 나라에 먹칠이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4년 5월 ‘쿰회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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