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이후 외국인 고용기피
스폰서 만나기 ‘바늘구멍’
유학생 취업난이 심각하다. 힘들게 미국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해도 영주권이 없는 유학생들은 9.11 이후 외국인 취업을 꺼리는 미국내 분위기 때문에 미 기업의 취업기회가 크게 줄었다. 웬만해서는 스폰서를 서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도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고생 때 미국으로 건너온 조기 유학생들 마저 최근에는 “힘들게 유학을 오면 뭘 하나”하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유학생 취업난을 3회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
“미국회사에 취업하면 1등급, 한국으로 돌아가면 2등급, 박사과정을 밟으면 3등급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시간주 MSU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C모(31)씨는 학창시절 내신등급에 빗대 성공적인 유학생활의 기준을 제시했다.
외국 유학생 현황을 조사한 미 국제교육연구소(IIE)의 ‘오픈 도어스 2003’에 따르면 미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은 5만1519명으로 인도(7만4603명), 중국(6만4757명)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출구가 안 보인다’며 미국행을 택한 유학생들은 미국 내 취업이 어렵다며 ‘미국 사회에도 출구는 없다’고 한탄한다.
지난 2월 USC는 학교 내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P모(31)씨는 취업 스폰서를 서줄 회사를 기대했으나 미국 회사 관계자는 “한번도 그런 경우를 본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UIUC에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한 P모(34)씨는 지난 5월 3개월 견습을 조건으로 취업비자를 스폰서해주겠다는 미국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P씨는 현지인보다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P씨는 “올해 취업비자가 이미 마감돼 10월 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그때까지 정식 월급보다 적은 돈을 현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외국인으로서 감수해야하는 불이익을 곱씹어야만 했다.
외국인이란 신분에 따른 비자 취득 문제는 유학생의 현지 취업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P씨는 “취업비자를 스폰서하기 위해선 이민국에 회사의 재정상태 등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들이 꺼린다”며 “회사에서 유학생을 임시직으로 고용 후 부려먹다 스폰서를 안 해줘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한국으로 돌아가려는‘연어족’유학생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느라 나이를 까먹은 유학생에겐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에다 나이 제한이란 한국 기업의 장벽이 높기만 하다. 또한 유학생들은 취직에 성공해도 한국의 경직된 직장문화에 적응하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UIUC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J모(35)씨는 “자녀 교육 문제, 유학생에 대한 텃세가 있는 한국 조직 문화, 미국보다 낮은 대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길 꺼린다”면서도 “결국에는 내 나라로 돌아가서 사는 것이 편치 않겠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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