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상원 청문회서 증언도
▶ 97년 탈출 이후 한국서 거주해오다 밀입국, 워싱턴에
탈북자 출신 한국인 부부가 6월말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탈북자들이 제3국을 경유해 미국에 직행한 후 망명을 요청한 사례는 있어나 한국으로 망명한 뒤 다시 미 망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7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했던 이복구씨(58, 가명)-이순희씨(가명) 부부가 지난 6월말 미 당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이씨는 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당국과 망명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망명 신청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미사일 제조공장의 기술자로 알려진 이씨는 2003년등 두 차례 미 의회 청문회에 복면을 하고 나와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관한 증언을 한 인물이다. 이씨는 지난 97년 7월 중국으로 탈출한 후 조선족의 도움을 받아 1999년 남한으로 귀순했다.
이씨 부부는 6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했으며 현재 워싱턴 지역에 체류중이다. 이들은 부인의 미국행 비자가 거절되면서 무비자 국가인 캐나다를 거쳐 밀입국을 단행했다.
남편 이씨는 부인보다 앞서 6월9일 단신 밀입국, 워싱턴 인근에 거처를 정했으며 부인은 지난달 25일 캐나다에서 국경을 넘은 후 체포돼 뉴욕주의 시라큐스 인근에 억류됐었다.
이순희씨는 체포 후 곧바로 남편과 함께 미 당국에 망명 신청을 했으며 30일 석방된 후 2일 워싱턴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망명동기에 대해 남편인 이씨는 “지난해 상원 청문회 참석 이후 한국 당국과 불편해졌다”며 “자세한 이유는 한미간 복잡한 문제가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3년 이씨는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 북한의 실상과 남한의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증언을 한 적이 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미국측에 알리면 햇볕정책을 망치게 된다며 국가정보원이 입을 다물라고 협박했다”란 내용을 기고, 파문을 일으켰었다.
따라서 청문회 이후 한국 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이 망명을 결심한 주요 동기로 분석된다.
이들은 현재 미 인권 변호사를 통해 망명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 변호사는 이씨 부부의 망명동기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4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의 망명 여부를 심사할 청문회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미 망명허가를 받은 탈북자는 2002년 8월30일 망명지위를 부여받은 이상남(39)-이성철(40)씨와 9월말 샌디에고 연방 이민법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망명지위가 부여된 김순희씨가 전부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을 탈출한 후 곧바로 제3국을 경유, 미국으로 직행한 케이스다.
따라서 전례가 없는 탈북자 출신 한국인 부부의 망명은 한미간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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