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스트레스가 낳은 비극
무한경쟁 학업 중압감에 자신감 상실
부모들 보호 사라진 새 환경 적응실패
우울증에 자살등 극단적 선택까지
자동차로 친아버지를 치어 숨지게 한 스탠포드대 휴학생 대니얼 정(22)씨는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르듯 공부하는 명문대학의 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직후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정씨의 어머니 정순자(61)씨는 “아들이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비극이 발생한 원인을 설명했다.
소리없는 전쟁으로까지 묘사되는 명문 대학들의 학업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한인 학생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 사례는 일류만 추구하는 한인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3월말에는 MIT 재학생 대니얼 문(20)군이 실종 3개월만에 자살한 변사체로 발견됐다. 문씨는 세계최고라는 자부심으로 힘든 학업을 버텨나가는 다른 학생들과의 무한경쟁을 벌이며 받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던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같은해 2월에는 동부 명문대 재학생 나해진(21·여)씨가 프리웨이를 달리던 자동차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전에는 세리토스 위트니고 출신의 한인 하버드생이 목숨을 끊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에는 또 다른 MIT 한인 재학생 엘리자베스 신양이 자신의 잠겨진 기숙사 방 침대에서 전신에 60% 이상 중화상을 입고 발견된 후 숨졌다. 부검결과 사인은 자살로 결론 지어졌다.
한인 명문대생들의 잇단 자살과 살인은 그 형태만 다를 뿐 결국 같은 원인에서 발생한 동전의 앞뒤와 같은 동일 결과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인 학생들이 낙오되는 부류는 크게 세 가지.
바람막이가 돼 주던 부모가 갑자기 사라진 새 환경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기술을 빨리 터득하지 못하거나, 부모의 강요에 따라 선택한 전공에서 갈등을 겪다가 자신감을 잃는 경우. 특히 가장 우려되는 부류는 적응 실패가 불러오는 심한 우울증. 이 경우는 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을 서슴지 않고 선택하는 위험한 상황이다.
엘리자베스 김 상담심리학 박사는 “명문대에 진학한 많은 한인 학생들이 자신감을 완전히 소멸하는 증상,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부모들은 명문대 재학 자녀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심각한 문제의 불씨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자녀라도 방학 때 한번쯤 전문가와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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