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남성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이승관 기자>
몸도 마음도 녹초
전문가들 “방치하면 진짜 병”
10년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해 온 40대초의 이모씨는 얼마전 부인 손에 이끌려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는데 얼마 전부터 희망이 보이지 않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대인관계도 위축돼 혹시 ‘우울증’ 증세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전문의가 내린 진단은 ‘번 아웃 신드롬‘(Burn out syndrome) 초기증상.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연소돼 버렸다는 것이다.
요즘 이씨처럼 ‘우울증’ 또는 ‘갱년기’인줄 알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았다가 이 판정을 받는 한인남성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연령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주류다.
이 증상은 자동차가 쉼 없이 계속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엔진과열 등으로 멈추는 것처럼 의학적으로 심리적·육체적 과로가 누적되면서 뇌속의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같은 감정물질 등이 고갈될 때 발생한다. 즉 ‘자기착취’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구조 속에 과도한 업무량으로 심신이 피곤하고 똑같은 일을 장기간 지속하거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변화를 찾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일에 재미를 못 느끼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대인관계가 전에 비해 원만치 않다면 한번쯤 이를 의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민1세 한인남성들의 경우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거운 짐을 떠안고 가면서 새로운 환경과 문화 속에서 고립감, 소외감 때문에 이같은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 증상에 해당되는 한인남성들의 상당수가 ‘인생이란 괴로운 것’ 이란 간단한 논리로 지나쳐 버리는데 있다.
전문의들은 경제·사회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증상이 청년기 보다는 중년기 또는 장년기로 옮겨 갈수록 발생빈도가 더 높다면서 초기증상 발견 시 상담과 여행, 취미생활, 운동 등으로 쉽게 호전시킬 수 있지만 방치해 두면 약물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등 치료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교통사고와 같은 무의식적인 자기파괴 행동은 물론 배우자와의 불협화음으로 이혼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철 전문의는 “오랫동안 이를 방치하면 당뇨, 심장질환, 위궤양, 혈압상승 등 각종 질병은 물론 우울증까지 불러올 수 있다”면서 “본인 스스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문의는 초기단계에서는 운동과 여행 등 생활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거나 주변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내재된 스트레스 또는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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