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X의 유일한 여성 운항관리사 김성실씨(오른쪽)가 조종실에서 대한항공 018편 이종철 기장에게 비행계획서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관 기자>
“항공기 회항 결정 피말리죠”
최적 항로·연료량 계산
조그만 실수도 용납안돼
여성탓 브리지 확보 도움
“정시에 푸쉬백(push back) 하시고 25분 뒤 이륙하시면 됩니다”
30일 낮 LA국제공항(LAX) 출발을 앞둔 대한항공 018편 조종실. LAX 유일의 여성 운항관리사 김성실(33)씨가 두툼한 ‘비행계획서’를 한 장씩 넘기며 주요 내용들을 기장에게 브리핑하고 있었다. 목적지인 인천공항까지 갈 항로와 고도, 기상상태, 항로주변 공항들의 운영상황 등을 살펴본 기장과 김씨가 확인서류에 서명을 마치자 곧바로 탑승이 시작됐고 얼마 뒤 항공기는 굉음을 울리며 힘차게 활주로를 차고 올랐다.
미 연방항공국(FAA)과 한국 운항관리사 면허증을 갖고 있는 그녀의 업무는 하늘의 길을 알려주는 것. 한없이 넓어 조종사 마음대로 비행하면 될 것 같은 하늘에는 항공기 교통량이 많을 때 한 순간에 5-6대의 항공기들이 서로 다른 고도로 한 지점을 교차할 정도로 복잡해 지상처럼 차선과 속도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김씨는 최적의 운항항로를 확보하고 비행에 필요한 연료량을 계산하며 사무실내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태평양 상공을 날고 있는 자사 항공기들의 상태를 감시한다.
또 비상상황 발생시 기장과 교신을 통해 회항이나 비상착륙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항공기가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면 항공사는 수 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최단 시간 내 정확한 판단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하는 항공기 운항을 담당하다 보면 긴급상황시 엄청난 압박감으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간절할 때도 있다.
김씨는 “피로로 인한 오판이나 실수방지를 위해 운항관리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예를 들어 연료량이나 항로정보의 숫자가 하나라도 틀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홍일점’인 탓에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LAX의 시설부족으로 항공사간에는 항공기와 공항터미널을 연결하는 브리지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관제탑 직원들도 여성이 요청하면 잘 들어주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또 “우리 직업은 본인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힘들다”면서 “철저한 책임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8세때 달라스로 이민와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5년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대한항공으로 옮겨 탑재관리를 맡던 중 운항관리사란 새로운 분야에 뛰어 들었다. 김씨는 지원동기에 대해 “하늘의 조종사와 무선용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정식 운항관리사가 된 김씨는 아직 짧은 경력이지만 굵직한 일들을 해결해 냈다.
작년 8월14일 미 동부지역 대규모 정전사태로 토론토행 자사 항공기의 회항이 불가피한 상황속에서도 항공기 상태 및 현지 착륙시설 상태를 파악한 뒤 현지 관제기관을 설득, 특별 착륙허가를 받아냈고 두달 뒤에는 남가주를 강타한 대형산불로 남가주 관제 기능이 일시 마비됐을 때도 회항없이 정상 착륙시켰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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