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여러분~ 저한복 때깔 어때요?
“폐백도 웨딩드레스 입고 하려 했는데…”
그토록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저고리 옷고름을 어찌나 세게 잡고 있던지 꼬깃해지다 못해 하마터면 ‘풀어질 뻔했다’. 그녀는 어색해서,취재진은 그래도 남자라고 가슴 떨려서,매니저와 코디네이터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번질까 두려워 서로 다른 내용의 진땀을 연방 흘려댔다.
우여곡절(?)의 한복 촬영 현장은 온전히 스투 독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안 어울려서 좀체 한복 입는 일이 없다던 김정은의 볼멘소리는 괜한 겸손에 불과했다.
거짓말을 했다. SBS ‘파리의 연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섭외해오라는 ‘윗분’들의 압력에 부응키 위해 잔머리를 썼다. “정은씨,우리 회사 기자들끼리 ‘스투의 연인’ 투표를 했는데 와∼압도적이야,압도적. 시간 좀 내주면 안될까. 근데 한복 입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30초 남짓 침묵을 지키다가 “앗싸! 정말? 그럼 언제할까요?”라며 특유의 경쾌한 말투로 기자를 안심시켰다. 뻔한 공갈포,그녀가 왜 몰랐겠는가.
김정은은 어렵사리 촬영을 끝낸 뒤 주섬주섬 치마를 치켜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연말에 ‘스투의 연인’이라고 제목 파서 공로패 줘야해요,히힛.” 졸지에 사문서 위조까지 하게 생겼다. 뭐 괜찮다. 진정 스투의 연인이니까,그녀는.
▲간직하고픈,또 지우고 싶은.
한가위 특집이란 미명하에 마주 앉았으니 수다의 향방은 추석으로 자연스레 옮겨지게 됐다. 깃털같이 많은 추석을 보내면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2002년이었죠. 추석 개봉작으로 ‘가문의 영광’이 극장 간판에 걸렸을 때니까요. 자?깨보니 갑자기 유명해져 있더라는 瀏?기분,밖으로 뛰쳐나가 소리지르고 싶었어요. ‘여러분∼여러분∼ 저 떴어요’라고.” 무서운 여자다. 살짝 잊고 있었던 CF 애드리브를 되새김질시키다니.
한편으로 김정은은 추석이 두렵다고 했다. 다 유명세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톱스타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녀의 사적인 영역을 다룬,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스캔들성 기사 한두 개가 어김없이(?) 대문짝만하게 톱기사를 장식해왔다. 최근 몇 년간 말이다. “이번엔 또 뭐가 나올까하고 추석 연휴 며칠 전부터 마음 졸여요,호홋. 적잖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시간 지나면 자연스레 잊어버리고. 에잇,모르겠다.”
▲이런 관심,식은땀 난다고요.
결혼 적령기의 싱글 남녀는 추석이 ‘짜증난다’. 온 가족이 헤쳐모여 한자리에 앉으면 으레 ‘언제 결혼하냐,만나는 사람은 있냐’는 식의 염장지르는 질문공세가 쏟아진다. 김정은도 마찬가지겠거니. 어라,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제발 채근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일 열심히 해라,차기작은 뭐냐’ 이런 것만 물어보세요. 바싹 (돈을) 벌고 있어서 그런가?”
대신 그녀에게 던져지는 처치곤란한 질문은 이런 유였다. “연예계 소식통이 되죠. ‘XX가 그렇다며?’ ‘XX가 누구랑 사귀나?’ 뭐 이런거. 알 턱이 없고 또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모르쇠로 일관해요.” 김정은은 농담조로 하루만 할머니 집에 놀러와서 친척들의 궁금증을 해갈해달라며 기자에게 부탁했다. “피장파장이거든요. 저도 도망가고 싶다고요.”
뜬금없이 물어봤다. 10년 후의 김정은은 어떤 추석을 보내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역시나 그녀답게 재치있고 솔직담백한 명언을 남겼다. “남편의 매니저,아이들의 코디네이터가 돼 있지 않겠어요?” 그녀는 ‘보통 여자’를 꿈꾸고 있었다.
/스포츠 투데이 허민녕기자 tedd@sportstoday.co.kr
/사진=이재하
/의상=박술녀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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