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재 섞은 암초 ‘수장’
미국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매장이나 화장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화장하고 남은 재를 우주로 쏘아 올리거나, 시신을 냉동하는 이도 있는데 최근 한가지 방법이 더해졌다. 화장하고 난 재를 해수용 콩크리트에 섞어 만든 인조 암초를 바닷속에 넣어 물고기와 산호초가 자리잡을 둥지가 되게 하는 것이다.
수심 50피트 해저 물고기 둥지 되도록
콘크리트에 섞어 제작 망자 명패도 새겨넣어
이제 암초가 되어 바닷속에서 물고기와 산호초의 집이 되어줄 죽은 남편을 잠시 추모하는 제이미 웰러.
뉴저지주 아틀랜틱 시티 카지노 스카이라인에서 불과 7마일 떨어진 지점의 수심 50피트 해저에 뉴저지주가 형성하고 있는 ‘그레이트 에그 리프’에는 벌써 그런 인공 암초 14개가 자리잡고 있다. 시신을 화장한 재를 콩크리트에 섞어 속이 빈 공 모양으로 만들고 군데군데 그레이프프룻 크기의 구멍을 뚫은 것인데, 시신의 재를 섞지 않은 인조 암초들은 이미 연안에 어류 서식지를 조성하려는 여러 주에서 사용하고 있다.
화장한 재를 인공 암초에 첨가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아틀랜타에 사는 단 브롤리다. 그의 아버지가 만년에 죽어서 바다에 묻히고 싶어했던 것. 상당한 수준의 잠수부로 바닷물에 화장한 재를 뿌리는 것은 몰라도 그냥 시신을 버리는 것은 불법임을 잘 알고, 각주 어로국에 판매할 인조 암초를 제작하는 회사가 있는 것도 아는 그는 시신을 화장한 재를 섞어 추모용 암초를 만들면 어떨까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브롤리가 2001년에 조지아주 디캐터에 조지 프랭클과 함께 만든 회사 ‘이터널 리프스’가 이제까지 제작한 추모용 암초는 200여개로 대부분이 걸프 연안 주 앞바다에 안치됐다. 앞으로는 마치 묘지처럼 유족들이 계속 찾아올 수 있도록 대서양 연안 해변가 휴양지와 유원지에 이 추모용 인공 암초를 묻으려 한다.
이 회사는 400, 500, 2,000파운드의 3가지 크기 암초를 제작한다. 비용은 1,000~5,000달러가 들며 애완동물용으로 400, 500달러 짜리도 있다. 속이 빈 공 모양인 암초는 바다속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바닥 부분에 무게가 쏠리도록 제작되며,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간중간에 구멍을 뚫는다. 사용되는 콩크리트는 비산성이고 표면은 산호초가 잘 자리잡도록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처리한다. 재가 되어 섞인 망자를 기념하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새긴 명패도 부착된다.
또 바다에 넣기 직전에 유가족은 암초의 안쪽 부드러운 면을 쓰다듬거나, 분필로 추모의 글을 써넣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십자가나 결혼반지, 기타 귀중품을 콩크리트 속에 넣는 것은 금지된다. 잠수도굴꾼을 끌어들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주가 조성중인 그레이트 에그 리프에는 이미 퇴역한 육군 탱크및 콩크리트 암초, 폐타이어들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낚싯배를 50달러에 전세내 타고 이제 암초가 되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모두 시신을 화장한 재를 집에 그냥 보관하거나 바닷물에 뿌리는 것 보다 구체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캐시 야드는 200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망한 어머니가 자신을 화장해서 절대 개들이 펄쩍 뛰어 오르곤 하는 선반에 처박아두지 말라고 해 신문에서 이 추모 암초에 대한 기사를 읽자마자 당장 연락했고, 매릴랜드주 웨스트민스터에 사는 제이미 웰러는 1년전 53세로 죽은 남편의 재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으나 해보니 아주 잘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비록 해안에서 7마일이나 떨어진 수심 50피트 지점에 암초로 놓여있지만 영원히 그 자리에 있다는 느낌은 재를 바다에 뿌려 버리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생전에 바다 낚시를 즐기던 로버트 애런슨이 사망한지 2년이 지나도록 재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랐던 아내 킷 애런슨은 3자녀와 함께 바다에 뿌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땅속이나 납골당 안이 아니라 야외라는 점에서 이 방식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추모용 암초는 화장한 재를 전부 혹은 일부 사용할 수 있으며, 암초 하나에 한 사람, 또는 부부나 일가족과 애완동물까지 포함시킬 수도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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