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무역협 평양서 사상 첫 ‘무역 상담회’
해외한인무역협회(OKTA)는 21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OKTA 평양 무역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4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에는 남가주를 비롯 전세계에서 160여명의 한인 무역인이 참석, 해외 한인기업들과 북한과의 교류등을 상담하고 있다. 본보는 남가주 OKTA 이덕치 회장이 평양 현지에서 보내오는 상담회 참가기를 단독 연재한다.
각료등 고위관리 공항나와 ‘영접’
해외한인 기업인 160여명 설레는 마음 평양도착
셀폰반입 철저금지·기내에선 ‘혁명찬양’ 노래만
호텔밖 나가 놀수 있는 곳 없어 밤9시되니 ‘캄캄’
20일 새벽 인천공항에는 해외한인무역협회 40여 지회에서 모인 해외한인 기업인 160여명이 사상 처음 열리는 ‘평양 무역상담회’ 참가를 위해 모였다.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남아공, 콩고, 러시아 등에서 온 회원들은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중국 심양까지 이동한 뒤 심양에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입국과정에서 두 가지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북한이 셀폰 반입을 금지한다고 해서 모든 셀폰을 한국에 보관하고 왔다.
또 중국 심양에서 비행기를 환승할 때 별도의 입국심사를 생략하기로 합의했는데, 유독 미국시민은 통관을 안 시키고 여권을 압수하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리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북한 관리의 개입으로 별도의 비자 심사 없이 비행기를 타긴 했지만, 중국과 미국, 남한과 북한간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발생한 일로 생각되었다.
모든 안내문이 한글로 표기돼 있는 고려항공 기내에서는 찬양, 고무, 과업, 혁명, 동지 같은 단어가 가득한 방송과 노래만이 흘러나왔다. 물을 샘물이라 부르고, ‘표 좀 보십시다’라고 하는 안내원의 억센 사투리도 왠지 매력적이다.
어느새 비행기는 압록강을 건너 다시 남쪽으로 날아 45분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다. 창밖을 보니 산에 나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공항에서 젊고 잘생긴 임경진 북조선 무역상(장관) 등 고위간부가 우리를 영접했다. 도열한 고위 관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한 뒤 기다리던 몇 대의 버스에 올랐다. 배도 고프고 피곤해 고려호텔로 직행할 줄 알았는데 소년 궁전에 들러 어린 학생들의 공연을 관람시킨다.
160여명이 저마다 가방을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니 방에 들어가는 데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객실이 1,000개인 45층 호텔 규모에 비해 엘리베이터 숫자도 적었고 운행 속도도 느렸다.
첫날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만찬은 7시에 시작됐다. 만찬장에는 소꼬리 찜, 디저트, 북한산 와인, 륭성맥주 등 북한 실정에 비해 극진한 음식이 준비됐다. 임 무역상의 환영사와 ‘남북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도 있었다. 우리측(OKTA) 답사도 있었다. 만찬 내내 어쩌면 이렇게 많이 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이나 셀폰을 절대 못 들여오게 하면서도 남북 우의는 굳게 다지고 싶어하는 모습이 다소 의외였다. 이어지는 기념사진을 마친 뒤 평양의 밤이 궁금한 일부 회원은 호텔 앞을 서성거리며 안내원 동지에게 “어디 갈 만한 곳 없냐”고 물었으나 결론은 호텔 안에서 술이나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였다.
신기하고 경이롭기도 한 북한. 돈이 있어도 결국 놀 만한 장소와 분위기는 찾을 수 없는 땅. 9시가 약간 넘었는데 아파트의 불이 거의 꺼져 있는, 무역상담회를 하루 앞둔 평양의 첫 밤은 더없이 캄캄하고 쓸쓸했다.
10월21일 늦은 밤 평양에서 이덕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