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미국을 열기로 몰아 넣은 선거일이다. 올해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열띤 선거전이 펼쳐졌다. 이라크 전쟁, 국토방위, 사회보장제도, 건강보험, 경제정책, 세금정책, 환경보호, 줄기세포배양문제... 등 국민 누구에게나 직접영향이 미칠 문제들의 해결책을 놓고 부시, 케리 두 후보가 대립의 입장을 제시하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그만큼 양극화 되어있어 보인다.
선거하면 대학교 2학년 때 어느 날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투표는 하고 왔니?” - 학보사 기자로 가정교사로 바쁜 학창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늦은 저녁시간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물은 말씀이다. 마침 선거 날이었다.
어머니는 “아직 몇십분 남았으니 투표소 문 닫기 전에 빨리 가서 투표하고 오라”며 “투표하지 않고는 정치가 어떻고, 나라가 어떻고 하는 불평이나 걱정을 할 자격이 없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그 말씀 이후 나는 정치가 어떻고, 나라가 어떻고 하는 불평이나 걱정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내 귀중한 의무이자 대단한 권리인 투표권 행사를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유학생으로 시작된 내 미국생활은 이제 35년이 되고 있다. 그런데 9년 전 나는 나의 한표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실감나게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지 몇 달 안되었을 때 동네 시의원 선거가 있었다. 동네 신문을 열심히 보며 후보들을 연구했지만 모두 생소한 사람들이어서 결국 동네 신문이 추천하는 세 후보를 고르기로 했다.
5명의 입후보자중 세 명을 뽑는데 그중 내가 찍은 한사람이 세 표 차이로 당선이 되었다. 동네의 큰 뉴스였다. 그런데 내 남편과 내 표, 두표가 다른 사람에게 갔으면 그 후보는 한 표 차이로 낙선을 했을 것 아닌가.
그후 동네 모임에서 그 시의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내 표 때문에 당신이 당선된 것 아느냐고 뽐내며 이야기했던 생각이 난다.
선거 날을 맞을 때마다 일찍이 나를 깨우쳐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다.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속해 있는 집단의 운명이 결정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누가 뽑히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나라가 움직이는 것을, 아니 흔들리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환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무섭게 중요한 일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가는 방향이 내 뜻에 맞지 않으면 큰 소리로 당당하게 정치가,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하며 불평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배국희/미주 광복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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