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근처 양로병원에 수용된 환자는 과반수가 한인 노인들이다. 병원이 한인타운에 가까이 있는 탓으로 한인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한인 노인의 상당수가 연고자가 없는 무의탁 노인라는 점이다. 가족이 있다해도 몇 달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하다면 어찌 연고자가 있다고 할수 있겠는가.
어떤 환자는 가족이 그리워서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보이면서 자식이 찾아오게끔 전화를 걸어달라는 분도 있 었다. 연락을 했더니 그 번호는 아들 집이 아닌 은행전화 였다.
인간의 가치를 활동능력의 유무에 두는 현대에는 사회에서 기능을 잃은 노인은 아무 가치도 없어졌고 더구나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은 가련하기 짝이 없으며 이들은 살아 있다고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죽음과 다를 바 없는 비탄과 절망의 어둠 속에 있다.
어느 신부님 말씀이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잘 해줄 때에 내가 가지게 되는 기쁨은 좀 차원이 낮은 기쁨이요, 내가 남을 기쁘게 해 주어서 그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내가 갖는 기쁨은 고차원의 그리스도적 기쁨이며 이 기쁨은 사랑의 열매로서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고 했다.
이국 땅에서 고독과 허무감으로 실의에 빠져, 꺼져 가는 촛불과 같은 무의탁 노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그들 고통에 동참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어두운 마음을 우리의 발길로 밝혀서 평온한 내세의 새로운 삶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송바오로/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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