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신문에 조그맣게 ‘한인노인 지병을 비관해 목매어 자살’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다가 그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그는 약 50년 전 육군본부 777부대에서 잠시 군복무를 함께 한 적이 있고 얼마 전 나에게 전화해서 만나고 싶다고 했던 친구였다.
찾아가 보니 카운티 검시소에서 시체를 옮겨간 텅 빈집은 금방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이 음산했다. 한 시간 남짓 돌아오는 차에서 나는 골똘히 상념에 잠겼다.
육의 욕망을 죽이고 영이 거듭나려는 노력이 믿음생활인가-평생 친구는 철저한 기독교인으로 믿음이 대단했다. 그런데 말경 아픔을 참다못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고 영원한 나라로 갔다.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얼마나 아프면 목숨을 끊었을까.
우리 모두는 육에 속한 인간인지라 갖은 욕망의 죄악 속에서 호흡하듯 천연스럽게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땐가 육의 허물을 벗고 영의 나라로 갈 때 어떤 형상이 될까. 참 궁금하다. 자살은 자아를 포기하는 건가. 아니면 자아를 위한 행위인가.
오로지 영의 길을 위하여 이미 망가진 육의 길을 청산한다는 것은 대단한 집행임에 틀림이 없다. 살아갈수록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다. 삶과 죽음의 뒤안길에서 오늘도 번민하는 인생은 무거운 납덩이를 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이유에서든 세상에 날로 자살자가 늘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통계에 한국에서는 1년에 3,000명 이상 자살자가 발생한단다. 출생률은 점점 줄고 이혼은 늘고 도무지 젊은이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초등학교도 문을 닫기 시작하고 대학교는 입학정원 미달로 아우성들이다.
친구의 명복을 빌고 오늘도 먼 산 허공을 향해 묻는다. 과연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시면/전 한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