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 와서 많은 단체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모임은 남가주 한인 약사회 모임이었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약사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후 면허를 획득했지만 자녀양육 때문에 면허증을 장롱 속에 처박아 두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가까이서 한인 약사 해외 심포지엄 행사가 열려 참가하게 되었다. 그 규모와 짜임새 있는 진행을 보면서 너무 자랑스러워 약사회 모임을 가끔씩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었다. 모든 회원들이 바쁜 가운데도 아주 성실하게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다. 각 회원들이 단결하여 제약회사를 상대로 공동구입을 하여 가격도 낮출 뿐만 아니라 큰 목소리를 만들어 제약회사가 결코 우리를 소홀히 대할 수 없게 권위를 높였다.
협동이 잘 되는 관계로 기금도 많이 조성해서 가주 내 약학대학의 우수 학생들에게 매년 4명 씩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년 봄 기금 마련 행사를 개최, 남가주 한국학원, 시온 선교회, 거리 선교회, 젊음의 집 등을 지원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나는 4.29폭동이 났던 해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를 가르쳐 주던 선배 약사의 약국이 전소되었는데도 그는 수업을 빠지지 않고 나와 강의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아들을 불 탄 약국 터에 데리고 가서 “모든 것이 전소되어도 머릿속에 지식이 있고 면허증이 있는 한 다시 일어 설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는 대목이 내 뇌리 깊게 박혀 있다. 그 아들이 아버지의 길을 택해 약사가 되고 약사회에 나와서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갑고 흐뭇하다.
이런 아름다운 모임,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 우리 한인 사회의 다른 곳에도 뿌리가 내려지기를 바란다.
최회주/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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