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에 핸드폰이 떨렸다. 예배를 마치고 예배시간에 떨린 핸드폰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친교를 나누는데 다시 한번 전화가 떨렸다. 지역번호도 처음 보는 것이고 해서 무시하려다가, 이상하게도 전화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예, 이창민 목사입니다. 방금 누가 전화하셨지요?” 조심스럽게 통화를 시작하려는데 전화기에서 “예, 저 성현이에요” 아주 친근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성현이는 내가 하와이로 유학 와서 신앙생활할 때 고등학생이었다. 내가 LA로 와서 신학을 공부할 때쯤 성현이는 미시간에서 대학을 마쳤다. 그리고 입대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동안 한국에서 3년간 주한미군으로 복무하고, 어느덧 대위 계급장을 달았단다.
성현이는 올 초에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훈련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다른 부대로 가기 전에 휴가를 내어서 고향인 하와이에 가는 길에 우리 집에 들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다음 날 우리 집에 도착한 성현이와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식사기도를 해야 하는데 쉽게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위험하다고 피하는 이라크에 자원해서 들어가는 성현이와 마주 앉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현이를 인도하시고 보호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성현이와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그저 하나님의 도우심 외에는 바랄 것이 없었다. 전쟁터에 동생을 보내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이제 성탄의 계절을 맞이한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의 모습을 그리는 계절이다. 그 평화가 이 곳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쟁터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평화가 임하기를 바란다.
이창민
브레아 연합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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