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끝이 없는 길과 같다.’
외교는 무엇인가란 물음에 최병구 워싱턴 총영사는 지평선을 향해 나가는 종착지 없는 여정에 비유한다.
그가 최근 펴낸 ‘외교, 외교관’(평민사 刊)은 부제처럼 미사여구 빼고 들려주는 외교의 실제다. 1978년 외무고시 12회로 외무부에 들어간 이후 지난 25여년 동안 세계의 외교 현장을 누빈 체험과 이론을 총화시켰다.
모두 7장에는 외교의 의미와 특징, 외교관 직무와 자질, 외교기관, 외교적 수사, 외교와 언론, 외교양상의 변화, 성공적인 외교의 조건 등을 담았다. 부록으로는 미국의 외교관 평정과 외교용어 해설을 곁들였다.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도 소개한다.
“1966년 닉슨이 1박2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대선에서 케네디에 패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진 그는 장래가 없는 정치인이었다. 닉슨은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잠깐 예방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브라운 주한 미 대사가 요청한 닉슨을 위한 만찬은 거절했다.
공교롭게도 닉슨은 얼마 뒤 제37대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68년 미국을 찾은 박 대통령은 백악관 대신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나 겨우 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외교에서의 인맥과 인간관계를 강조한 예화다.
표면상의 의미와는 정반대의 뜻을 함축한 외교적 레토릭(수사)에 관한 흥미있는 일화도 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2002년 북핵문제로 한중일 3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그는 기자들에게 순방결과를 설명하면서 ‘useful’ 했다고 표현했다.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바우처 대변인은 이 단어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별로 유익하지 않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결국 이 책의 가치와 희소성은 그동안 많은 직업 외교관들이 낸 에세이와 회고록과 달리 외교의 실전서란 점에서 찾아진다.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다. 하나를 주고 열을 받아라.” 그가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익살을 빌어 짚어낸 외교의 핵심과 외교의 성패란 궁극적으로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은 시사하는 바 크다.
최병구 총영사는 주 필리핀, 유고슬라비아, 이스라엘, 동티모르, 베트남 대사관등에서 근무했다. 96-99년에는 주미대사관 참사관으로 워싱턴에서 3년간 재직한 바 있다.
2003년에는 ‘한국 외교의 도약’을 펴내는 등 학구적 열정이 그의 ‘친화력 있는 외교력’을 뒷받침해오고 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