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자 본격적인 결혼시즌이다. 세계에서 가장 결혼식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1년에 250만쌍이 화촉을 밝힌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정 많이 이혼하는 나라도 미국이다. 연간 120만쌍이 이혼한다. 역설적인 것은 세계에서 결혼의 중요성을 제일 강조하는 사람들도 미국인들이라는 사실이다(월드 밸류 리서치 통계).
왜 이와 같은 모순이 생겨났을까. 미국인들의 결혼관이 행복 지상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망도 크고 그것이 다시 이혼으로 이어진다. 서양속담에 “결혼 후 3개월은 서로 관찰하고, 3년은 사랑하고, 그리고 30년은 용서하며 살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한 지붕 밑에서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예술행위에 준하는 고도의 창작세계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 해도 가정이 불행하면 그의 인생은 ‘불행한 사람’으로 구분된다. 톨스토이는 세계적인 문호였지만 가정적으로는 불행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존경했으나 가족들은 그를 증오했다. 아들 안드레이는 “내가 자식만 아니었다면 아버지를 교수형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해 톨스토이가 가정적으로 얼마나 갈등을 겪고 있는가를 외부에서 알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결국 가출해 방황하다 비참하게 거리에서 죽음을 맞았다. 에디슨도 발명가로서는 성공했지만 6남매 중 5명과 부자의 인연을 끊은 불행한 가장이었다. 간디도 아들과 의리를 끊었고 아인슈타인도 가정적으로는 아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불행했다.
결혼은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질이 결정된다. 비즈니스로 비교하면 결혼은 손해가 더 많은 장사다. 자식을 낳으면 부모는 평생 자신의 인생을 자식에게 저당 잡혀 자식이 50세가 되어도 부모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허다하다. 이라크에서 테러범들에게 사로잡힌 인질들의 부모가 “내 아들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부모가 짊어지는 자식에 대한 짐은 평생 계속되는구나”하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결혼해 가정을 갖는다는 것은 무제한 책임세계에 발 들여놓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 사회에 가브리엘이라는 유명한 랍비가 있었다. 어느 젊은이가 찾아와 물었다. “결혼을 하면 잃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하죠?”라고 물었다.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집에 도둑이 들어와 은촛대를 다 훔쳐갔지. 그런데 서두르다가 도둑이 자신의 금덩이를 떨어뜨리고 갔어. 결혼이란 그런 것이지. 손해보는 것 같지만 더 비싼 것을 줍게 되는 법이야.”
결혼을 너무 손익으로만 계산하면 파탄의 씨가 싹트는 법이다. 꼭 행복해지기만 위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식은 남녀 두 사람이 인생 전쟁터로 나가는 출전의식이다. 웨딩마치를 잘 들어보면 병사들이 출전할 때 연주하는 군가와 비슷하다.
전쟁터 나가는 각오로 임하는 결혼은 성공적인 가정을 이룰 확률이 많지만 결혼을 행복의 지름길로만 생각하는 부부는 자칫하면 실망하게 된다. 바로 이같은 결혼관을 대다수 미국인들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세계에서 결혼율과 이혼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가정에 관한 사항을 화제로 올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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