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주말나기
‘재봉틀 주부’ 강선자 씨
7년전 공업용 재봉틀 마련
남편 와이셔츠·딸 옷 만들어
천 만 있으면 커튼도 척척
계절이 오고갈 때마다 강선자(50·주부)씨는 그 누구보다 손길이 바쁘다. 항상 집안을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쓸고 닦는 것은 물론 이불과 커튼, 테이블보까지 직접 만드셨던 어머니의 살림 솜씨는 대를 이어 그녀에게까지 전해졌다.
식탁보, 피아노 커버는 물론 신혼 초엔 남편의 와이셔츠까지 직접 만들어 새신랑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던 그녀의 손에 가정용 재봉틀의 속도는 게으른 황소처럼 느리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약 7년 전 봉제공장 차릴 것도 아니면서 공업용 재봉틀을 마련했다. 요리사에게 칼을, 이발사에게 가위를 쥐어준 격이었으니 그녀가 밤낮으로 드르륵 드르륵거리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날이 갈수록 예쁘게 커가는 딸의 옷도 그녀는 직접 만들어 입혔다. 패턴을 사다가 마름질을 하고 재봉틀로 박았더니 패션 화보와 같은 옷들이 마법처럼 만들어졌다. 자신의 옷들 역시 손수 지어 입었다. 처음에는 가장 작은 사이즈라야 맞던 옷이 요즘 들어 차츰 그 치수가 늘어가는 것을 보며 그녀는 나이 따라 옷 입는다던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비로소 이해한다.
최근 그녀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커튼. 세상에 인테리어 전문점에 의뢰했더니 집도 그리 큰 것 같지 않은데 견적이 자그마치 1만달러나 나오는 거다. 전문점에 일을 맡기는 대신 그녀는 다운타운의 헝겊 가게를 몇 차례 오가며 집의 가구와 가장 어울리는 헝겊을 직접 떠 왔다.
키가 닿지 않아 까치발을 해가며 길이 재기를 몇 차례 반복, 드디어 옷감을 자른다. 나머지 박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최고급 감을 이용했는데도 견적의 반도 못 미치는 가격에 온 집안에 새로운 봄의 컬러를 입힐 수 있었다.
다운타운의 패브릭 샵들 사이를 지나며 그녀는 갖가지 무늬의 헝겊들로 무엇을 만들면 좋을까 머릿속으로 바쁜 작업을 시작한다. 하늘거리는 레이스 천은 드레스로도 창문의 커튼으로도 적합할 것 같고 웨딩드레스에 어울릴만한 고급 실크, 덮고 자면 꿈마저 아름다워질 것 같은 면 소재도 눈을 자극한다.
어디 그뿐일까. 의자나 소파에 씌워놓으면 마리 앙뜨와네트가 머물던 베르사이유 궁이 부럽지 않을 고급 소파 천들도 여러 가지다. 천과 재봉틀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다양해 그녀는 행복하다.
망사 천을 사다가 침대 위에 늘어뜨리니 신혼 때처럼 로맨틱한 잠자리가 연출된다. 들판에 꽃들이 만발한 계절, 그녀는 직접 만든 커튼과 쿠션에 둘러싸여 하늘색 행복한 꿈을 꾼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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