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유와 관용을 허용치 않는 것이 위기(crisis) 의 특성이다. 많은 경우 준비 없이 닥치는 위기로 당황하고 그 위력에 휩싸여 재산, 생명, 또는 나라를 잃기도 한다. 그러나 현명한 대처로 위기를 잘 넘기면 현 상태를 유지 하거나 그전 상태보다 더 호전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 올수 있다는 점을 위기중재이론가들은 여러 사례에서 밝혀 주고 있다. 위험에는 그러한 기회가 따르기 때문에 위기의식은 실로 상황판단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쿠바미사일위기사건은 미소 양국간 냉전이 치열한 60년대에 전 케네디대통령의 신속하고 결정적인 판단으로 핵전쟁의 위험을 물리친 치적으로 세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로 적화확산의 봉쇄정책이 점차 소련연방공산체제의 붕괴로 이어진 결과를 주목하게 된다. 불과 10년 전 한반도에 전운이 맴 돌고 있을 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의 위협과 한미 간 합동군사훈련의 작전 하에 선제공격의 가동이 준비되고 있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의 위기중재로 그 위기를 모면한 사건은 그 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공존, 불가침 등 화해의 기틀을 마련하여 분단양국의 현상유지에 기여 한바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구촌의 정황은 9.11사태로 엄청난 정변의 소용돌이에 이미 휩싸여 들고 있다. ‘악의 축’ 해당국에 대한 적대감정의 화염이 선제공격의 군사적 행동, 철통같은 안보(security)망의 확산, 경제봉쇄 등 일종의 파라노이아증세를 유출하면서 인간사회가 곤욕을 치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에 북의 핵무기개발에 대한 의혹과 이에 가속되고 있는 위험의 지수는 직선으로 상승되고 있다. 호전적인 현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반미 반일감정에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와의 긴장은 기름에 불과 같은 위험천만한 상태인데다가 그 주변의 중국과 일본과의 상반관계 역시 그 대립이 만만치가 않다.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시사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식량부족으로 현지주민들의 기아현상에 비상경보가 내리고 있다. 유엔기관과 자선 NGO 관계자들은 식량수급의 격차가 예년의 지원 양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못 미치고 있어 올 여름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낼 것으로 추산한다. 이러한 인명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생산에 양보 없이 도전하고 있는 북한의 지도부에 대한 빈축이 유럽을 포함한 미국일반인들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는 편견문화의 분출도 걱정스럽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영화계는 물론, 아동 및 성인 놀이 기업체에 까지 김정일의 인격 비하, 북한 핵 파괴 등 적대감정을 격동시키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전쟁준비의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선례적 견해로 지적하고 있다. 2차 대전 때 미국계 일본인이나 또 현재 아랍계 미국인들이 당하는 것처럼 “코리안”도 남북한구별 없이 당할 수 있는 ‘위험한 민족’으로 동일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지역의 몰아친 쓰나미재헤를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막심한 인명와 재산피해를 당했지만 천재지변에 민감히 대처한 동물들은 예지적 능력으로 미리 대피, 인간이 배워야하리만큼 대조적인 현상을 보여주었다. 천재지변의 대응력조사에 의하면 위기대처에 대한 의식의 고저에 따라 그 피해도의 차이가 가름 될 수 있다고 인문지리학자은 결론짓는다. 위기의식이 생성하는 결정적 행동이 위험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뜻이다.
과거 6.25전쟁과, 10여년전 LA한인사회가 당한 4.29폭동사건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 건망증세가 온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한 징조가 한반도에 깔려 있음에도 위기의식이 무디어져 있다는데 있다. 현재 처해있는 정황을 예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지혜와 결정적인 대처 행동이 아니면 돌이 킬 수 없는 엄청난 역사의 과오와 비극을 자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동정과 “설마”적 체념에 냉정하다.
이부덕
시카고 로욜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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