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종합 건강 검진을 할 때 소변 검사를 한다.
그러면 무엇을 보기 위해서 소변 검사를 할까. 소변 검사에서는 소변에 단백질이 나오는 지, 소변에 감염이 있는지, 혈뇨(소변에 피가 섞여나오는 경우)가 있는지 등을 보는데 대부분 건강하고 증상이 없는 사람은 소변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변에서 적혈구가 섞여 나오는 경우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인 K씨는 일주일 전부터 소변 색깔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조금 붉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전부터는 소변에 피가 섞인 것처럼 붉은 소변이 나왔다. 동시에 소변 볼 때 하복부가 불편한 것을 느꼈고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는 잔뇨감이 있었다. 평소에 월경이 불규칙적인 K씨는 그것 때문으로 여겼는데 점점 소변에 피의 양이 많이 나와서 병원을 찾아왔다. K씨는 평소에 건강한 편이었고 담배, 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 평소에 틈만 나면 운동을 하는 편이었고 결혼한 지 6개월밖에 안된 신혼이었다.
K씨를 검진했다. 혈압이나 맥박은 정상이고 심음과 폐음도 정상이었다. 하복부 촉진시에 통증이 느껴졌고 양쪽 옆구리를 두드릴 때 통증은 없었다. 내진상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먼저 소변 미세 검사를 실시했는데 현미경 상에서 다량의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세균이 검출되었다. 일단 요도 감염의 일종인 방광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치료를 시작했고 이틀 후 K씨는 소변이 맑아지는 것을 바로 느꼈다.
혈뇨(hematuria)란 글자 그대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혈뇨의 경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위의 증례처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gross hematuria)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 상에서 적혈구가 검출되는 경우(microscopic hematuria)가 있다. 현미경 상에서만 검출되는 혈뇨인 경우에는 병원에서 소변 검사를 하지 않는 한 환자 본인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혈뇨의 원인은 K씨처럼 단순한 방광염 때문 일수도 있지만 신장이나 비뇨기계에 돌이 있거나 신우염과 같이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지만 방광암이나 신장암과 같은 비뇨기계 암이 혈뇨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비뇨기계 암의 빈도가 높은 노인에게서 혈뇨가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위와 같은 병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미량의 혈뇨가 소변 검사상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한 성인의 약 20%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고 발열이나 외상, 격렬한 운동 등과도 관계가 있지만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13)383-9388

이영직 <내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