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항의하고 통사정해도 ‘꿀 먹은 벙어리’
매릴랜드주 실버 스프링에 사는 도리스 마골리스는 작년 가을부터 ‘컴캐스트’사에 케이블을 고쳐달라고 사정하고 있다. 벌써 9개월이 넘도록 끊어졌던 케이블 서비스는 복구됐으나 보기 흉한 검정색 전선이 앞마당에 거대한 목걸이처럼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5피트 정도 높이로 지나가는 케이블 선에 동네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마골리스는 제발 좀 누가 와서 그 전선을 땅속에 묻어 달라고 가까운 ‘컴캐스트’사 사무실에 숫자를 기억할 수 없을만큼 많이 전화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통신회사 잇단 합병에
불만있는 가입자들
다른 회사로 갈데도 없어
“몇개월 수십번 전화해
수퍼바이저 번호만 건져”
날마다 앞서가는 최신 기술로 경쟁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업계지만 고객 서비스 같은 평범한 일에 있어서는 하나도 앞서는 것이 없어 문제다. 업계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감독은 느슨해져가고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거의 맨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업계 고객 서비스 전문가들은 테크놀로지와 프로모션이 요금청구나 기술및 사무 시스템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급히 변화하는데다 성장 산업이므로 기존 고객의 만족보다는 신규 고객 획득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미시건대학 교수인 클레이스 포텔은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줄 모른다”고 전제하며 “소비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어서 서비스가 나쁜 회사를 응징할 수 없게 되면 공급사들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인센티브 또한 존재하지 않게 된다. 서비스는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있을 때만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연이은 합병 바람으로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은 점점 더 숫자는 적어지고 크기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화와 케이블회사들은 고객을 잃어버리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객이 다른 데로 갈래야 갈 데가 없으니 말이다.
올해의 첫 사분기에 실시된 소비자만족도 조사 결과 케이블과 와이어리스 전화회사들은 특히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 미시간 대학과 미국품질협회가 함께 분석한 미국소비자만족지수가 고질적인 문제 투성이인 항공업계보다도 더 낮았다. 로컬과 장거리 전화회사들은 그보다 조금 나아서 100점 만점에 70점이고 셀폰 회사는 63점, 케이블과 위성회사는 61점이었다.
버지니아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스펙먼은 “전화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나쁜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한다. 광범위한 지역에 서비스하는 큰 회사일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회사가 없는데 그런 회사들이 설치하기도 복잡하고 상호 조정도 잘 못하면서 고속 인터넷 접속에 텔리비전, 무선전화까지 여러가지 서비스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그렉 너드는 그중에서도 셀폰 회사 때문에 가장 속을 썩였다. 지난 5월 아내가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갑자기 세상을 뜬 며칠 후 아내의 셀폰 서비스를 취소해달라고 ‘스프린트’사에 전화했다가 자기의 셀폰까지 끊어지는 바람에 가족, 장의사, 아이들 학교 선생님등과 연락이 안돼 낭패를 봤다는 것이다. 자기 전화를 재개통시켜 달라고 너댓번 전화했지만 그에게 그럴 법적 권한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동정적으로 도와줄 일이 없느냐는 태도인데 인도에서 전화를 받는 고객 서비스 요원은 딱 잘라서 다른 번호로 전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너드는 결국 포기하고 다른 회사의 셀폰을 마련했다.
최근 ‘넥스텔’과의 합병을 승인받은 ‘스프린트’는 이런 경우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대처한다고 말하는 대변인 리사 맬로이는 “고객 서비스 요원이 제시한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그의 수퍼바이저를 바꾸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 사는 변화 데이빗 헌터는 고속 인터넷 서비스 문제로 지난 2년간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8번이상 걸었다. 전화기를 잡고 고함을 지르고 통사정을 한지 수십시간 만에 그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캐나다에 있는 ‘분쟁해결 그룹’의 직통 전화번호와 직원 명단뿐이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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