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교 영어교사 그룹이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의 본고장에서 연수교육을 받기 위해 미국에 도착하여 어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달 반 가량 영어를 배운 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연수에 참가했던 교사들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겪었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체 평가회를 가졌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한국식 영어 발음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보고했다.
어느날 사진을 찍기 위하여 필름을 사려고 숙소 인근의 편의점에 들러서 미국인 점원에게 “두유 해브 필림?”하고 물어 보았단다. 금새, 그리고 쉽게 자신이 원하는 필름을 건네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영 다르게, 미국인 점원은 계속 되묻더란다.
“아이 베그 유어 파돈?” “두유 해브 필림?”
무언가가 잘못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기에 이른 이 영어 선생은 카메라를 내보이며 “필름말야, 필림!” 하고는 사진 찍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오, 아이시, 유 민 휠음!”하고는 밝게 웃으면서 그때서야 필름을 건네 주더란다.
한국에서 10년이 넘게 영어를 가르쳤던 자신이 일상용품 하나를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운 경우를 당하는구나 생각하고는 내내 무거운 그리고 불편한 심기가 되어 귀국했다는 고백이었다.
우리말에는 영어자모의 ‘F’를 원음에 가깝고 충실하게 발음 및 표기할 수 있는 ‘ㅎ’이 있건만 무슨 이유로 ‘ㅍ’을 고집하여 쓰는 것일까. 그래서 원어민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공클리시를 써가며 망신을 당해야만 된단 말인가.
위의 체험담을 들려준 영어교사의 호소에 동감하고, 또 이제까지 써오고 있는 ‘파이팅’‘프리웨이’ ‘플래시’ 플라워’ ‘풀 스칼라 쉽’ ‘프랜치프라이’ ‘프라이드치킨’등 우리끼리만 통하고 정작 원어민에게는 먹혀들어 가지 않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비합리적인 외국어 표기법을 나는 반대한다.
영어의 ‘F’를 한글의 ‘ㅍ’로 쓸 때에 발생하는 두가지 모순을 정리 해보기로 하자.
첫째, ‘F’를 ‘ㅍ’로 써놓고 그대로 발음하게 되면, 본고장 사람들이 알아듣지를 못하는 죽은 언어로 둔갑하여 혼란을 만들고 만다.
‘Freeway’를 ‘후리웨이’라고 쓰고 읽을 때와 ‘프리웨이’라고 쓰고 그대로 발음했을 때, 미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어느 쪽이 쉽게 그리고 바르게 뜻을 이해하게 되는가 하고 물으면 대답은 자명해진다.
둘째, ‘F’를 ‘ㅍ’로 표기할 때 자주 발생하는 다음과 같은 혼동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Fair Play’ 를 ‘페어 플레이’로 적게 되면 영어의 ‘Pair Play`와 어떻게 구분이 가능해 질까?
‘Fashion’을 ‘패션’으로 쓰면 곧바로 ‘정열’이라는 ‘Passion’을 떠올리게 되고, 식당에서 Fork를 달라고 할 때 “포크 좀 주세요” 라고 발음해 버리고 말면, “우리 식당에서는 돼지고기(Pork)는 팔지 않는데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듣게 된다.
잘 생긴 나무(Fine Tree)를 우리 식으로 ‘파인 트리’라고 발음하면 소나무(Pine Tree)가 되어 버린다. 법(문법포함)이란, 논리와 객관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쓰여져야만 본래의 뜻이 살아 나는 것이다. 쓰기에 불편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법(문법)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알맞게 변화되고 개선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윤병열 멋사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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