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 시장 왜곡의 원인
레몬(lemon)이란 살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았더니 꽤나 결함이 있는 차를 일컫는 말이다. 말이 쉬워 결함이지, 산 지 한 달도 안된 차를 가지고 걸핏하면 딜러를 들락거리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 일인가? 새 차의 경우는 그나마 보증기간이 있고 정 안되면 교환까지도 갈 수 있지만, 일간지 광고를 보고 산 중고차의 경우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되기도 한다.
2만달러를 주고 새 차를 샀다고 치자. 한 100마일쯤 몰고 다닌 후 팔아야 될 일이 생겼다.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그냥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좌우간 차의 성능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차는 아주 잘 달렸으며 모든 기능이 아주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요컨대 100마일을 타고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새차였던 것이다.
이럴 경우 모르긴 해도 새차 값의 90%인 1만8,000달러 이상 받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100마일이면 웬만한 사람들의 이틀 정도 출퇴근 거리인데, 그것 때문에 2,000달러 이상의 가격차가 나게 된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한다면, 딜러에게서 열쇠를 넘겨받는 순간 차는 이미 중고가 되는 것이며, 단지 중고차란 이유만으로 상당한 가치의 손상이 있게 되는 것이다.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한 일이겠지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차를 왜 팔려고 하지? 저 사람이 정말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차에 무슨 결함이 있을 수도? 혹시 레몬일 수도!
실제에 있어서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에 비해 차의 성능에 관한 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게 된다. 즉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간에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사는 사람은 시장에 나오는 중고차의 성능을 실제 보다 과소 평가하게 된다. 그 결과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동일한 성능의 새차에 비해 중고차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는 것이다. 아니 100마일밖에 안탄 내 차가 그렇고 그런 중고차 틈에 끼여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려야 되나? 그렇게 하느니 그냥 동생에게 주고 좋은 소리나 듣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결국 성능 좋은 중고차를 가진 사람들이 가격에 실망한 나머지 시장을 떠나게 되어, 중간 또는 그 이하의 중고차들이 주로 거래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정보의 불균형이 없었다면 중고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각각의 차들이 그 성능에 따라 나름의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고, 그것은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충분하고도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그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겠는데, 아무래도 그러한 노력은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측, 즉 물건을 파는 쪽에서 주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양질의 제품이 그저 그런 제품 때문에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