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밀리는 퇴근 시간을 피해 한인들이 아로마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체증 피하자” 새벽 출근족 부쩍
사우나·헬스클럽 일찍부터 북적
차에서 식사·영어공부 실속파도
관계 당국조차 출퇴근길 교통 체증 현상을 막아낼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 쉽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한인들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워 교통란을 해소한다.
대표적인 개인별 교통난 해소책은 출퇴근 시간대 조절이다. 트래픽을 피해 아예 한두시간 일찍 직장 인근까지 온 후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한인타운내 또는 인근 사우나, 헬스클럽 등에는 새벽부터 한인들로 들썩인다. 이들은 대부분 1시간 이하의 운동을 즐기고 샤워를 한 후 상큼한 기분으로 직장으로 향한다.
오모(29)씨는 “도로 위에서 시간을 버릴 것이라면 차라리 일찍 집을 나서 운동이라도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훨씬 좋다”며 아침 트래픽 스트레스를 운동의 기쁨으로 전환하게 된 노하우를 전해줬다.
오렌지 카운티 사이프러스에 사는 한모(40)씨는 커피를 좋아해 아예 한시간쯤 일찍 출근해 회사 인근 커피샵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설계한다.
어차피 트래픽을 피하기 어려운 한인들은 이왕 막힌다면 차라리 운전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차안에서 아침식사, 화장, 면도 등 ‘집안일’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텍스트를 음성으로 녹음한 테입이나 CD 등을 이용해 교양을 쌓는다.
세종문고의 조모씨는 “고객중에는 차안에서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회화 테입이나 책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근거리라면 대중교통도 차도 아닌 모터사이클을 대체 교통 수단으로 선택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샌타모니카 혼다의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2005년 지난해 대비 300% 늘어났다.
데일 데이비스 세일즈 매니저는 “스쿠터는 1갤런이면 70마일은 가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면서 “아시안 고객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아침 땀뻘뻘 웰빙족 떴다
27일 오후 5시30분, 한인타운 한복판의 아로마 스파&스포츠 클럽(3680 Wilshire Blvd.). 30∼50대의 남성들이 하나둘씩 피트니스 센터로 들어선다. 퇴근시간이 막 시작되는 체육관은 땀 흘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창 밖 거리에는 퇴근길 차량들로 서서히 붐비기 시작한다.
“막히는 도로를 바라보며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오렌지카운티나 치노힐스 근처에서 윌셔로 출퇴근하는 친구들도 모두 운동을 하고 집에 간다.” 한쪽에서 역기를 들고 있던 김성준씨는 운동삼매경에 빠진 이유를 “막히는 도로 덕분”이라며 웃었다.
성형외과 전문의 원종만씨도 교통체증을 피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생활의 지혜’를 얻은 경우다. “평소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출·퇴근 시간이면 40분이 걸린다”며 “요즘은 퇴근 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6시반 정도면 이 곳이 꽉 찬다”고 말했다.
아로마 스파&스포츠 클럽 신 현 차장은 “저녁뿐 아니라 아침에도 150∼200명 정도가 러시아워를 피해 운동을 한다. 현재 교통체증을 피해 운동을 하려는 ‘웰빙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스포츠 클럽들도 마찬가지다. 역시 한인타운에 위치한 센추리 스포츠클럽(4120 W. Olympic Blvd.)의 수 림 매니저는 “센터가 문을 여는 6시면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운동을 한다”며 “정장 차림이거나 양복을 들고 와서 운동 후 갈아입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스티븐슨 랜치에 거주하는 메신저 서비스업체 닥스 다이렉트의 김대연(35)씨도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새벽 5시대에 출근한다. 김씨는 “일찍 출근하면 시간 여유가 있어 하루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동준 기자>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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