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변동의 기술적 분석에 활용
0, 1, 1, 2, 3, 5, 8, 13, 그 다음은 뭐가 될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는데, 어떤 한 숫자는 앞에 있는 두 숫자의 합이다. 그래서 13 다음의 숫자는 21이 된다. 중세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꼽히는 피보나치(Fibonacci)가 만들어 낸 숫자의 배열인데, 흔히 그의 이름을 따서 피보나치 수열이라 부른다.
이 수열은 여러 가지 자연 현상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주변의 꽃잎을 세어보면 거의 모든 꽃잎이 3, 5, 8장으로 되어 있으며, 줄기에서 잎이 나올 때도 각각의 잎이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하여 잎차례를 정한다.
또한 이 수열에서 한 숫자를 바로 앞의 숫자로 나누면 1.618... 이란 황금비에 수렴하게 된다. 이것은 어떤 선분을 대략0.382:0.618로 나누었을 때 두 선분간의 비율인데, 직사각형의 경우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황금비를 이룰 때 가장 균형적이고 안정감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고둥이나 소라의 나선구조,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 계란의 가로와 세로 등 황금비의 예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쨌든 피보나치 수열은 ‘신의 비율’로 불리는 황금비를 만들어 내는 까닭으로, 혹시 우주나 인간사의 해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다소 신비주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점에서 이 수열이 인간의 눈에는 무질서해 보이는 주가의 행보(random walk)를 예측하는 데 동원되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
주식시장의 투자분석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기업의 재무제표, 그 기업이 만들어 내는 상품의 시장성 등을 분석하고, 여기에 사회, 경제적 요인까지 감안 그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하는 방법을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이라 한다.
이에 반하여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은 현재의 시장가격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격수준과 변동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미래의 주가 변동을 예측하려 한다. 기술적 분석가들에 따르면, 어떤 기업에 영향을 주는 무수한 요인들은 항상 빠르게 변하고, 많은 부분들이 예상치에 의존하거나 과소, 과대 평가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시장 가격의 움직임 자체가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데 훨씬 더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다.
1937년 철도원 출신의 미국인 엘리어트(Ralph Nelson Elliott)는 수십 년간의 주가변동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여전히 기술적 분석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엘리어트 파동이론(Elliott Wave Theory)이다. 이에 따르면 한 번의 가격 움직임은 5번의 상승파동과 3번의 하락파동, 즉 모두 8번의 파동으로 구성되는데, 2번 파동은 1번 파동을 38.2% 또는 61.8% 만큼 되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3번 파동은 1번 파동과 같은 방향으로 대개 1.618배의 길이가 된다.
3, 5, 8, 그리고 38.2%, 61.8%, 1.618,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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