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봉(수필가, 환경엔지니어)
70년대 미네소타 유학시절, 처음 산 중고차가 포드에서 나온 머큐리 몬티고였다. 8기 통의 연두색 세단. 속이 곪아 고장이 잦았어도 애지중지 갈고 닦았다. 병원 경영학을 전공하던 J 선배님의 차도 낡은 포드 갤럭시였다.「차는 역시 미제 포드가 최고지요. 한국에서는 장관도 못 탑니다」 우리는 연신 서로 추겨가며 틈만 나면 물로 닦고 광을 냈다. 그리고 주말이면 뒷집 김형 네의 고물 폭스바겐을 가운데 끼우고 슈피리어 호수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당시 가문의 자랑이던 장갑차 같던 포드 차종들은 이제 일제 차에 밀려 생산이 끊어진지 오래다. 휘발유가 수돗물보다 쌌던 시절의 얘기다. 요즘 휘발유가 갤런 당 3불을 오르내리면서 교통비가 부쩍 늘었다. 그 덕에 석유회사들이 천문학적 이윤을 냈다는 소식도 마뜩챦다. 정말 물로 가는 자동차가 없을까? 맹물로 달리면 돈도 절약되고 공해도 없어지니 꿈같은 새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셈이다.
물자동차는 아니지만 요즘 수소(水素)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수소(H2)는 지구상에 무궁무진하니 석유같이 자원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잘 만들면 완전무공해로 지구온난화까지 막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수소 차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꿈의 연료를 만들기엔 넘어야 할 기술적, 환경적 장애물이 겹겹이 쌓여있다.
수소자동차는 수소를 어디서 얻는 가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먼저 물에서 전기분해로 얻는 방법이다. 부산물도 물뿐임으로 무공해다. 기술도 간단하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분해를 하는데 큰 에너지가 드는 점이다. 이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오는가? 현재의 기술로는 대부분 화력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 온난화 가스 공해를 피할 길이 없다. 또한 휘발유를 대체할 만한 엄청난 양의 수소를 전기분해로 만들기엔 경제성이 거의 없다.
다른 방법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가스(CH4) 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법이다. 장점은 경제적이다. 풍부한 메탄분자를 화씨 2천도의 열로 분해하면 탄소하나에 수소원자가 넷이나 나온다. 이 수소원자들을 가스상태로 모은 뒤, 연료전지로 보내 동력을 얻는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이산화탄소 공해다. 분리된 탄소가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부산물이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수소를 연료로 실용화하기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단점은 기체의 가벼움이다. 쉽게 증발하고 잘 샌다. 새기만 하면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또 저장하기도 힘들다. 고압으로 압축해도 휘발유 천 갤런에 차 800대를 움직일 수 있다면 수소연료로는 80대가 고작이다. 수소 차마다 기존의 차보다 4배나 더 큰 연료탱크를 달아야한다. 고압 탱크임으로 설치비용도 훨씬 더 든다. 또한 수소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여러 겹 설치해야한다.
미 연방정부는 올해 약 2억불 이상을 수소자동차 개발에 투자한다. 석유회사 쉐브론도 현대자동차와 합작해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 보급소를 짓고 있다. 8천만 달러를 들여 오클랜드와 치노 두 도시에 설치한다. 쉘 회사도 메탄가스로 수소를 만드는 실험 보급소를 멀리 아이슬란드에 지었다. 화력발전소가 없는 곳에서 무공해로 수소 추출이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전시효과를 노려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소자동차가 실용화되기 까진 앞으로 약 20년 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수소자동차 생산의 관건은 전기분해 방식이든, 메탄가스 사용방식이든 공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경제성을 높이는 데 있다.
미네아폴리스의 한 종합병원에 재직하다 이젠 은퇴하신 J 선배님과 가끔 안부전화를 한다. 지금도 우리들의 손때묻은 그 재산목록 1호 중고차들을 아련한 마음으로 추억하곤 한다. 그나 나나 이십 년 이상 미제 차만 고집하다 결국 일제 차로 마지못해 바꾼 고지식한 이민 일 세대들이다. 미래의 수소자동차만은 현대차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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