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온 국민과 세계는 생명공학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황 우석 서울대 교수의 사기 조작극의 결말을 착찹한 심정으로 지켜 보아야했다. 사회 지도층, 그것도 교육과 과학분야의 지식인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커다란 실망을 했지만, 우리 사회가 현재 처한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란 점에서 따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서울대 교수라는 직함 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을 받던 그를 그렇게 몰고 갔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가 소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몸을 실었었다고 본다. 자신의 몸이 뜨거운 불에 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눈이 부시게 환한 빛을 향해 뛰어 드는 불나방과 같은 어리석음을 그에게서 본 것이다.
끝갈 곳 없는 인간의 탐욕은 그렇게 눈을 멀게 하고 파멸로 이끌지만, 사람들은 그 길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남들 보다
더 좋고 높은 자리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세 한번 부려 보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조금씩은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말거나 결과에 집착하며, 하루 아침에 뜨는 ‘대박 인생’을 부러워하며 그런 인생을 꿈 꾸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세상, 인간이 좀 더 인간 답게 살 수 있고, 행복한 세상은 그 누군가 하루 아침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한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각 개인이 빛나지 않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인 가정을 행복하게 이루고, 또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후세를 올바르게 교육 시키는것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젼에 얼굴 한번 비칠 일 없지만, 꿋꿋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작은 행복을 일구기 위해 정직하게 살아 가는 숨어 있는 일꾼들이 많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아침 일찍이면 문 앞에 어김없이 신문을 배달해주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배달원, 병원에서 밤에도 불철주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의사, 박봉에도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저녁이면 소주 한잔 기울이며 하루 노고의 땀을 훔칠 노동자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가족을 위해 오늘도 학교에서 자원봉사하고, 저녁이면 부엌에서 열심히 밥을 하는 많은 아줌마들, 그리고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아침이면 일터로 향하는 남편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멀고도 먼 연구와 학문의 길을 가는 학생들과 학자들, 사회에 봉사하는 봉사자들,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돌보는 종교인들, 인명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불 길로 뛰어드는 이름 모를 소방대원들, 올 곧은 언론인들과 법조인들, 그리고, 언제나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나는 그들에게서 작은 희망을 보고, 그들로 인해서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화려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선망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인생일지라도, 하늘을 향해 한점 부끄러움 없는 올바른 길이라면 멸망으로 이르는 길이 아닌,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해가 열리고, 흐르는 시간과 함께 나이 한 살이 더 먹어간다. 지식보다는 허상과 진실을 바로 꿰 뚫어 볼수 있는 지혜의 눈을 뜰 수 있기를, 참된 행복을 얻을수 있는 겸허함을 갖게 될수 있기를 올해 소망 해보며, 주목 받지 못하는 구석진 자리에서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하는 많은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들, 진정한 작은 영웅들인 그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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